160811, 160812, 170302, 170303 라흐마니노프 - 관객과의 대화
자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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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안재영   니콜라이 달|김경수




무대 위에 있는 묘비, 의자 등 오브제들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오세혁 무대 위에는 크게 세 개의 방이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방, 달 박사의 방, 그리고 한가운데에 있는 넓은 공간, 이것은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속입니다. 그를 만들었던 기억과, 추억과, 트라우마가 모조리 머물러 있는 방이죠. 쯔베레프 선생님의 묘비, 아버지의 군화,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의 가구들, 교향곡 1번의 악평이 실렸던 신문, 누나 옐레나가 앉았던 소파 등등,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의 마음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습니다. 현실의 방과 마음의 방이 경계 없이 한 공간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와의 첫 만남에서 왼손으로 박수를 청했다가 오른손으로 바꾸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공연 중에도 차 마실 때, 시계를 볼 때, 진료기록을 작성할 때 계속 왼손을 사용하시더라고요. 실제로도 왼손잡이신가요? 아니라면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경수 저는 원래 양손잡이에요. 특히 운동을 할 때 왼손, 왼발을 많이 사용해요. 사실 니콜라이 달이 왼손잡이였다는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왼손을 굳이 사용하는 건 습관적인 것도 있고, 또 한편으로 제가, 이렇게 오른손을 사용을 하면요, 이렇게 등을 많이 지게 되더라고요. 방의 위치에서 라흐마니노프와 대화를 하는데, 뭔가 체크도 하고 싶은데 매번 이렇게 하는 모습이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왼손잡이가 많잖아요, 특히 외국 분들은.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마지막 달 박사가 떠나고 복도의 문을 열어보고 첫 만남 때처럼 노크도 해보는데, 이건 단순히 달 박사를 향한 그리움, 허전함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라흐마니노프가 발을 내딛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님이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안재영 끝을 보면 처음을 생각하게 되잖아요.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으로 끝이 났을 때, 다시 시작하게 해준 게 달 박사라고 생각해요.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고 떠나는 동시에, 떠남으로써 처음을 생각한 거죠. 그렇게 듣기도 싫었던 노크 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 문을 열면 달 박사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달 박사의 ‘당신은 이미 사랑받을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사랑받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지 안 들었을지는 여러분의 열린 해석에 달린 거지만, 제 생각으로는 라흐마니노프는 달 박사가 그 말을 하고 떠났을 때도 신경쇠약이 치료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곡을 쓰고 달 박사를 만남과 동시에 치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곡을 헌정함으로써. 마지막 장면의 그 노크 소리는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느낌이 맞습니다. 내딛을 뿐이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완치가 아니라.



라흐마니노프를 달 박사가 치료했다는 한 줄의 기록을 90분간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표현하고자 하셨고, 또 그를 위해 무엇을 참고하셨나요?


오세혁 네, 정말 한 줄이었습니다. ‘당신은 새로운 곡을 쓸 것이고, 새로운 곡을 쓰면 관객들은 당신을 사랑해 줄 것입니다.’ 이 한마디를 통해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했다는 기록. ‘정말 그 한마디로 가능했다는 말인가? 설마? 우리가 모르는 특수한 치료가 있었겠지…’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정신 의학과 심리 치료에 관한 책과 자료도 많이 읽었죠.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핵심은 한 가지더라고요. 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그런 한마디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나?’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한마디. 내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말, 괜찮다는 말. 실수해도 된다는 말, 네가 일어서서 걸어갈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 어찌 보면 상당히 간지러운 말들인데 언제부터 이 말들을 간지럽다고 느끼기 시작했을까요. 사실은 정말 아름다운 말들인데. 그래서 정말 간지럽지만 사람에게 정말로 필요한 말들, 아름다운 말들로 나를 치료해보고자 생각했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치유 받는 분들은 저이기도하고, 배우님들이기도 하고, 오케스트라 분들이기도 하고, 관객 분들이기도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계속 우리의 귓가에 아름다운 말들이 들려오기를 희망합니다.


안재영 실제로 저희 배우들도 끝나고, 오늘 행복했지 우리, 그러면서 집에 가요. 연출님께서도 보면서 자기가 만든 공연을 보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다고 항상 말씀하시고요. 그런 감정들이 관객 분들한테도 온전히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달 박사와 라흐마니노프가 치료자와 내담자의 관계로 시작하게 되는데, 치료 후에는 서로의 관계를 정의하는 데 있어 달 박사와 라흐마니노프 각각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경수 결국 이 질문은 그 이후에 어떻게, 어떤 관계가 되었느냐는 질문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저도 치료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까 신경쇠약이 완치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듯이, 저도 이 사람을 이겨내게 만들었어,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다 견뎌내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 꿈을 이뤘다는 식으로 퇴장하지 않아요. 저희가 편지의 형식을 많이 빌리죠. 저는 프로이트에게, 그리고 실로티에게. 각자의 대상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저는 라흐마니노프에게, 라흐마니노프는 달에게. 이후에 자주 만나지는 않았겠지만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그런데 완치가 되지는 않았지만 저는 치료가 다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스스로 잘 이겨 낼 거라고 믿고 응원해주는, 그런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그의 공연이 있을 때 저를 또 초대해주기도 했고요.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소박하게 생각했어요.


안재영 어떻게 보면 되게 심플한 이야기예요. 곡을 쓰지 못했던 어떤 음악가가 어떤 사람을 만나서 곡을 쓰게 되는 이야기. 라흐마니노프를 우리가 접할 때, 기사 같은 걸 보면 ‘누구누구 음악가가 라흐마니노프를 해냈다’, ‘성공했다’ 이런 표현이 많아요. 연출님도 말씀하셨지만, 얼마나 대단한 음악가기에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관객 분들이 보실 때 그 음악가가 앉아있는 게 아니라, 약하디 약해빠진 사람으로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의 곡이 정말 온전히 사람의 곡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달 박사를 많이 그리워했을 것 같아요. 달에 대한 기록이 많지는 않지만. 라흐마니노프가 생을 마감할 때,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마감했다는데 달 박사도 같이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둘은 많이는 못 만났을 것 같아요. 하지만 라흐마니노프가 만든 음악을 들으며 그 시절을 추억하고, 아픔을 기억하고, 함께 나눴던 시간을 공유해가면서, 음악 안에서 함께 살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전 둘이 해어졌을 때 만남이 없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음악으로 충분히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고 다시 연주를 하게 되는 장면에서 박유덕 배우님은 연미복을 다 갖춰 입으시는 반면 안재영 배우님은 그렇지 않아요. 이 부분이 캐릭터의 상징성이 있어서인가요? 녹색 조끼도 비슷한 맥락에서 궁금합니다.


안재영 약하디 약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는 음악가의 모습, 물론 편견이긴 하지만, 클래식을 하고 단정한 모습을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음악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을 못 썼을 것 같아요. 참고했던 영화가 ‘샤인’ 이라는 영화에요. 그 주인공이 정말 음악밖에 모르는 주인공이에요.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온전하게 음악에만 집중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거기서 참고를 해서, 라흐마니노프가 좀 더 음악에만 집중하게끔 보이게 했어요.



빨간 코트를 쯔베레프 선생님께 바치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오세혁 극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라흐마니노프가 떠난 이후에 쯔베레프 선생님이 돌아가셨어요. 라흐마니노프가 장송곡을 만들어서 바치기도 했어요. 스승님의 죽음이 누나의 죽음처럼 죄책감으로 남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기억의 방에 그 모습이 남아있게 되는 거죠. 그런데 달 박사를 통해서 말을 하게 되고, 달 박사가 쯔베레프 선생님의 마음으로 말을 해주고, 그런 걸 통해서 쯔베레프 선생님을 보내드릴 수 있는 거예요. 그런 의미로 빨간 코트를 접어서 쯔베레프 선생님을 하늘나라, 편한 곳으로 보내드리는 거예요. 빨간 코트 자체가 쯔베레프 선생님의 오브제입니다.



프로이트는 어떤 존재인가요?


김경수 신문 기사에서도 라흐마니노프가 읽어주기는 하지만, 실제로도 샤르코 박사님의 수업을 함께 받았다고 해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니콜라이 달이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러 왔을 때, 충분히 좋은 입지를 갖고 있는 박사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유명세를 타고 싶어 했을 것 같아요. 프로이트 이상으로 유명해지고 싶었는데,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함으로써 더욱 유명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그게 프로이트가 니콜라이 달에게 준 영향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초심–미국 유학을 갔을 때 들었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고 이 사람을 치료하고자 했던 마음-을 갖고 이곳에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객이 전도된 거죠. 프로이트는 제가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에요. 그래서 제가 극 중간에 쯔베레프나 차이코프스키의 역을 대신 해줄 때, 많이 공감을 하게 됩니다. 쯔베레프가 차이코프스키에게 느끼는 열등감 같은 부분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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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안재영   니콜라이 달|김경수




제자를 바라보는 쯔베레프 교수의 감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완벽에 대한 집착이 제자관계에까지 미친 건가요? 아니면 음악가로서의 그의 열등감인지? 만약 열등감이라면, 그 대상은 누구로 보시는지요?


정동화 사실 완벽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한 점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비슷한 스타일인데, 저도 제 부족한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족한 점을 이기고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떻게든 해내고 싶어서 집착하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의 열등감, 맞을 거예요. 쯔베레프 선생님은 피아니스트잖아요. 피아니스트와 교향곡을 쓰는 작곡가는 다르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열등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로서 제자를 만났는데, 이 친구가 피아노는 아니고 다른 교향곡을 쓰겠다고 하는데 거기서 오는 알 수 없는 열등감이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분명히 너무 예뻐했을 거라고요. 맘에 드는 제자가 딱 한 명이라고 했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애정 표현을 다르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피아니스트로서의 완벽함을 선생으로서 바랐던 것 같은데, 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니까, 갈등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쯔베레프는 제가 맡은 역할 중에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니콜라이 달/쯔베레프로 표시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저 역시 쯔베레프 역할을 너무 행복하게 하고 있어요.



배우님의 라흐마니노프가 쯔베레프 교수에게 가졌던 감정은 무엇인가요? ‘열등감’ 넘버에 들어가기 직전에 보면, 우발적 싸움의 시작이라기보단, 배우님의 라흐마니노프는 오랜 시간 그런 생각을 가져오고 미워했던 것 같기도 하거든요.


박유덕 한 번쯤 있지 않아요? 선생님께 대들었던 경우가? 저는 이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10대 때의 무엇인가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 저도 뭔가 미쳐있었는데, 근데 옆에 쯔베레프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어요. 전 그 때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정말 내 딴에는 만족스럽게 하고 있는데, ‘너 그러면 안 돼, 임마. 너 더 해, 더 해!’ 그러니까 ‘왜 그래요 나한테!’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그런 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생각해오고 그런 건 아닌 것 같고요. 제가 연기할 때도, ‘선생님은 차이코프스키가 아니잖아요’라는 것도, 일단 그 말 자체는 '선생님은 저한테 이런 걸 해줄 수 없잖아요’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선생님은 더 이상 금메달을 주지 못하잖아요. 선생님은 저를 더 이상 업그레이드 시켜 주지 못하잖아요. 선생님은 날 부려먹기만 하잖아요! 선생님은 나 반주만 시키잖아요.’ 실제로 그랬거든요. 저 고등학교 때 누가 반주만 시켰어요. 노래를 배우고 싶은데, 정말 노래를 배우고 싶은데 ‘넌 반주나 해, 임마!’했던 기억이 있어요. 나이 많은 선생님이셨는데, 그 선생님께 그랬던 것 같아요. 악의가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 애교로 치면 땡깡?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연주자에 따라서 같은 곡일지라도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하면서 담아내려고 하는 감정이 있으신지, 또는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범재 우선 신경 쓰는 부분은, 모든 넘버를 신경 씁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부분에 라흐마니노프가 최면 상태에 들어가서,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곡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가장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 공연을 몇 회 이상 보신 분들은 아마 눈치 채셨을 수도 있을 텐데, 그 부분은 그날그날 배우님들의 감정에 따라서 제가 즉흥 연주로 같이 가는 부분이어서요.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부분이, 드라마와 음악이 같이 갈 때의 시너지를 잊을 수 없고, 벅참을 제일 좋아하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하고요, 그 부분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연주하는 저 본인에게도 위로와 힐링의 기운을 항상 느끼게 됩니다. 극 또한 그렇고요. 저는 이 곡을 연주할 때, 항상 이 곡을 들으시는 여러분들께 힐링과 위로받는 마음을 전달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동화 저희가 첫 연습 때 피아니스트를 만났는데, 정말 열심히 하고, 멋있고, 외모도 출중하고, 훤칠하시고, 손이 정말 피아니스트 손이에요. 피아노를 막 치는데 진짜 멋있더라고요. 유덕이도 피아노를 잘 치고, 사실 저만 못 치는데…


박유덕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정동화 배우가) 비올라를 되게 잘 켜요.


정동화 아무튼 그래서 공연 전에 피아니스트가 할 줄 아는 곡이 되게 많기 때문에, 저는 또 이 작품 안에서 피아니스트의 기량을 보여주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어요. 그래서 쯔베레프의 레슨 씬에서, 다른 변화를 줄 수 있을까 해서, 베토벤도 얼마 전에 바꾸고, 전에 한번 제가 실수했는데 그걸 또 (이범재 피아니스트께서) 쇼팽의 녹턴으로 바꿔서 쳤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았거든요. 아주 다재다능한 분이에요



처음으로 라흐마니노프가 본인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정말 따뜻하게 웃으시더라고요. 이 표정이 의사로서의 기쁨과, 인간으로서의 유대감이 중첩된다고 생각하는데, 배우님은 어느 쪽에 중점을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동화 이때는 인간적인 유대감으로서의 기쁨이 좀 더 큰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내 방을 드디어 왔네, 하는 마음이 크고. 제가 라흐마니노프를 일부러 보지 않아요. 너무 기분이 좋기 때문에, 들키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안 보는 거예요. 라흐마니노프가 저에게 질문을 던지잖아요. 그 때 제가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연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때서야 라흐마니노프를 바라보는 시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제가 매일매일 가잖아요. 장면에서는 몇 번 밖에 안 나오지만 제 하루 일과가 아침에 가서 얼굴도장 찍고, 뛰어 들어오고, 이게 제 일과거든요. 근데 저희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내진 않았어요. 3개월 정도? 그런데 그 3개월 동안 저는 매일 갔는데, 어느 날 그 하루 딱 와주면 얼마나 기쁘겠어요. 하지만 티내지 않았던 거죠. 굉장히 기뻐요. 와줘서.



쯔베레프 선생님이 음악가들을 바꿔가면서 부를 때마다 순식간에 바꾸는 연주에 놀라고는 합니다. 피아니스트 분께서는 어린 라흐마니노프를 연기하시는 것과 같잖아요? 본인이 쯔베레프 같은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이범재 솔직히 얘기해도 괜찮겠죠? 제가 그동안 사사받은 모든 선생님들이 쯔베레프 선생님보다 더했어요.


정동화 연습 때 저희가 그랬어요. 쯔베레프 역할을 했더니, ‘실제로 안 그래요.’ 이러더라고요. 실제로는 쳐다보지도 않는대요.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정도면 굉장히 착한 거예요.’라고.


이범재 그래서 항상 매일매일 칠 때마다 추억을 떠올리면서, 악몽 같은 추억 있잖아요, 교수님 방에 들어가기 1분 전이 제일 떨리거든요. 그래서 어떤 기분이었을지는 상상도 못 할 정도에요. 너무 떨려서. 저는 대학교 4년 내내 선생님들께 먼저 말도 걸지 못했어요. 마지막 졸업 연주할 때, 한 번 잘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때, 와… 선생님과는 가끔 연락하고 그래요.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이 친숙한 것에 비해, 음악가로서의 캐릭터는 낯선 느낌입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이미 캐릭터가 확실한 음악가가 아닌데, 최근에 연기하실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라흐마니노프가 어떤 음악가, 사람으로 비춰지길 바라면서 연기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유덕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캐릭터가 확실한가요? 저는 별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어요. 어릴 때 음악으로만 기억이 나지. (연기할 때) 어려움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뭐랄까, 일단 음악이, 배우로 치면 배우가 연기하는 스타일이 그 배우를 말해주잖아요. 동화의 스타일이 있고, 저만의 스타일이 있고, 다 스타일이 있듯이 음악가들도 음악으로 자기의 색을 표현한다고 믿어요. 그들의 음악이 비슷하거나 다른 부분이 있을 거예요. 라흐마니노프는 그런데 좀 다른 것 같아요. 그 부분을 많이 생각했었어요. 어떤 음악가라기보다, 아픈 사람이 어떻게 그 아픔을 이겨냈을까 하는 데에 중점을 둔 것 같아요. 음악가도 사람이잖아요. 저도 이런 적이 있었거든요. 제가 10살 때까지는 피아노를 쳤었어요. 그러다가 3학년 때 큰 사건 이후로 피아노를 못 쳤어요. 3년 동안. ‘도’가 어딘지도 몰랐어요. 충격이 너무 커서, 정말 다 까먹었어요. 박유덕의 어린 시절 모습을 살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정말 10살 때까지 피아노를 매일 쳤었어요. 왜냐면 집이 피 아노 학원이었으니까. 근데 그 사건 이후로 피아노를 못 쳤어요, 악보를 봤는데 음표를 읽지도 못했고요. 악보를 봤는데, 콩나물이 왜 이렇게 많지? 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라흐마니노프도 그랬을 것 같아요. 제가 10살 때 겪었는데, 이 사람은 음악이 자기 업인 사람인데.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 데미지를 받았을 때 그 느낌이 어땠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질문 하나만 할게요. 정동화에게 아라베스크란? 제가 웃는 거 보이시죠? 정말, 설정이 아니고요. 무대에서 꼭 보여주시더라고요. 사실 아라베스크를 제일 가까이서 보는 1인으로서, 극의 흐름을 깰 정도로 하시는데… 정말 궁금해요. (by 이범재 피아니스트)


정동화 제가 하는 동작이 아라베스크입니다. 실제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예요. 차이코프스키 발레 조곡을 검색해 봤더니 아라베스크 동작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차이코프스키가 너무 짧게 나오잖아요. 우리가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고 있는 음악가는 차이코프스키에요, 그래서 차이코프스키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하나라도 더 드리려고 하다 보니까 발레까지 하게 됐네요.



세 분도 라흐마니노프와 니콜라이 달과 같은 인생의 조력자가 있으신가요?


박유덕 저는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했었어요. (라흐마니노프의 아버지랑) 비슷했었고, 엄청 많이 맞았는데, 커 보니까 아버지의 뒷모습 있잖아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까 제 뒷모습까지도 보이더라고요. 아버지 와 많은 것을 공유하려고 하고요. 저는 인생의 조력자가 아버지인 것 같아요.


정동화 사실 저는… 음… 좀 오그라드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아, 이런 얘기 진짜 오그라드는데… 저희는 어쨌든 동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이 순간 같이 있는 사람들이 저는 항상 영광이에요. 제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유덕 배우님, 피아니스트님, 이 앞에 있는 관객 분들, 이 공간에 같이 있고 숨을 쉬고 같이 있는 사람들이 순간순간 제 인생의 조력자라고 생각해요. 옆에 누가 없으면, 저희가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도, 되게 많이 바뀌었거든요. 근데 그 순간에 있었던 사람으로 하여금 바뀐 거예요, 다. 누군가의 어떤 게 아니고, 그 순간에 있었던 사람들. 오늘의공연도 좋아하셨던 분들, 혹은 좀 아쉬웠던 분들도 있으실 수 있지만, 오늘 공연이 너무 좋았다면, 같이 만든 거예요. 같이 조력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같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제 인생의 조력자예요.


이범재 제 인생의 조력자… 어머니인 것 같아요. 제 앨범 보시면 ‘엄마’라는 곡이 있거든요. 그걸 들어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차이코프스키 교수님의 ‘세르게이’ 의 ‘세르’ 발음은 일부러 그러시나요? 발레는 또 왜…


정동화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실 차이코프스키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뵙고 싶은데. 어쨌든 이 작품 안에서 유일하게, 쯔베레프 선생님도 인정하고 좋아했지만, 어떻게 보면 라흐마니노프를 신이 나게 한 교수님은 차이코프스키잖아요. 라흐마니노프도 그를 동경했었고. 그래서 이 인물을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하고 싶었어요. (차이코프스키가) 처음부터 연습 막판까지도 별로 특징이 없었어요. 근데 어느 날 연습을 하다가 어느 날 그냥, 아 차이코프스키… 뭐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나른하게 대사를 했어요. ‘네가 바로 세르게이구나.’ 그랬더니 연출님께서 재미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특징이 뭔가 생각해 보니까, 세르게이를 굉장히 살살 했더라고요. 근데 세르게이 했는데 별로 안 웃더라고요. 범재 피아니스트 빼고. 사람들이 전혀 미동도 없는 것 같았는데,꿋꿋이 할 거라고 그랬죠.



피아노를 많이 치시는데, 피아니스트 대신 연주해보고 싶은 적 없으셨나요?


박유덕 없어요! 여기 (피아니스트가) 있는데 왜 해요 제가! 잠깐잠깐 하는 건 진짜 잠깐 하는 거예요. 왜냐면 하고 싶더라고요. 그 씬에서 제가 칠 때는 뭔가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첫 공연 때는 안 했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다 치고 싶지는 않아요. 잘 치시는 분도 많으니까요. 저는 연기를 잘 하도록 할게요!



관객과의 대화 소감


박유덕 굉장히 짧네요. 아쉬워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고, 궁금하신 게 많으셨을 텐데 그걸 다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근데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관객 분들께서 ‘그건 왜 그래요?’ 이렇게 하고 제 답을 말씀드리면, 관객 분들은 그렇게밖에 안 보실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열어주고 싶어요. 관객 분들이 생각하시는 게 다 다르시잖아요. 저를 보실 때 다 다르듯이. 여러분의 상상으로 공연을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정동화 저도 같은 마음이고, 공연이 이제 2주 남았어요. 짧게 공연을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요, 저 역시도 여러분들을 통해서 많이 힐링 받고 위로 받습니다. 저희도 그 힘으로 매번 무대 서니까, 끝까지 사랑해 주시고, 다음에 또 이 작품이 올라오면 잊지 말고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범재 항상 마지막이 불리한 것 같아요. 앞에 좋은 말씀 너무 많이 해주셔서요. 앉아서 피아노 치다가 앞에 나와서 얘기하니까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저희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막공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연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AST

라흐마니노프|안재영   니콜라이 달|정동화




배우님의 라흐마니노프는 달 박사와의 관계에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가,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다시 마음을 닫고, 결국 열리는 과정이 돋보이는데요. 배우님이 연기하시면 서 가장 좋아하시는 달 박사와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안재영 저는 개인적으로 달 박사와 만나는 모든 순간이 좋아요. 그렇지만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건 차이코프스키 뱃노래 합주 장면이에요. 사실 라흐마니노프가 한 번도 웃을 수도 없고, 전기충격을 하건 기도를 하건 주문을 외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다녀갔을 텐데. 아마도 처음으로 웃게 해준 사람이 달 박사님이었을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어마어마한 치료도 아닌 허접한 연주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어이가 없어서 라흐마니노프가 웃음을 터트리잖아요. 달 박사님의 연주가 더 진솔하게 들려서 라흐마니노프에게 웃음을 줬던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요.



초연에 비해서 이번 공연의 쯔베레프 선생님의 캐릭터가 훨씬 부드러워지신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시나요?


정동화 제가 달 박사를 연기하고 있지만, 쯔베레프 선생님에게 애정이 많아요. 달 박사/쯔베레프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에 참여도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겪었던 경험과 비슷해서 이번 재연에는 좀 더 마음에 닿을 수 있게 표현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초연 때의 쯔베레프는 ‘엄격함’이라는 단어를 제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엄격함보다는 ‘관심’ 그리고 ‘무관심’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요. 엄격함 역시도 애정이 있어야 나오는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제 엄격함 이전에, 초반에는 관심이 아예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범재 그래서 처음보다 더 능숙하고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안재영 저도 보다가 깜짝깜짝 놀라요.


정동화 이범재 피아니스트께서도 실제로 선생님들께 훈련을 많이 받으셨잖아요. 초연 때는 이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 봤어요. 하지만 막상 실제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무서웠던 선생님은 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으셨던 선생님이셨어요. 초연 때는 엄격함이라는 단어가 저를 지배하고 있어서 엄격함을 좀 내세웠는데, 돌이켜 보니 정말로 생생한 느낌은 무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쯔베레프가 조금 약해졌다, 유해졌다는 말을 많이 하시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조금 더 제가 생각하는 쯔베레프를 표현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표현해 봤어요. 또, 악수하는 장면도 그래요. 리허설 때 악수에 대한 부분이 결론이 나지 않는 게 찜찜한 거예요. 리허설 끝나고 배우 분들과 연출님들과 함께 대화를 하다가, 안재영 배우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그리고 리허설 때 안재영 배우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했을 때 느낌이 좋아서 하게 됐어요. 여러분이 좋게 봐주셔서 또 너무 감사하고요.



쯔베레프 선생님 옆에서 테스트 받는 곡은 직접 선곡하신건가요? 곡들의 제목이 궁금합니다.


이범재 직접 선곡했어요. 제가 칠 줄 아는 곡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음악감독님과 최대한 상의를 해서 대중적이고 쉽게 아실 수 있는 곡으로 설정을 했어요. 첫 곡 모차르트는 터키 행진곡, 두 번째 곡은 쇼팽 녹턴 C-sharp minor 20번이고, 세 번째 곡이 슈베르트 즉흥곡, 마지막이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1악장입니다. 넘버가 끝나고 치는 곡은 리스트 메피스토 왈츠 마지막 부분을 발췌해서 연주하고 있어요.



커튼콜에서 뒤로 올라갈 때 라흐마니노프와 함께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뒤에서 물러나 라흐마니노프를 바라보며 걸어가다가 마지막에 마주하는 순간, 늘 그렇게 라흐마니노프를 바라봐 줬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배우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정동화 지난번에는 달 박사가 리드하기보다는 받쳐주는 역할로, 비올라와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무대 뒤로 올라갈 때 어깨동무가 아닌 살짝 받쳐주는 느낌으로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명이 달라졌어요. 조명이 점점 노을이 지고 점점 추억들이 사라지면서 마지막 실루엣만 남으면서 좀 떨어져서 멀리서 바라봐주는 느낌을 생각했는데, 저는 사실 안 보일 줄 알았는데 관객 분들에게 보였나 봐요. 알아봐주셨나 봐요. 정말 감사했어요.



라흐마니노프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을 보여주는 극입니다. 안재영 배우님이 살아가며 들었던, 기억에 남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있나요?


안재영 많아요. 사실 배우를 하면서 ‘공연 잘 봤다’는 이야기가 가장 힘이 되고, 무대에 서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 같고, 한 발 나가게 하는 힘이 돼요. 특히 요즘에는 그런 말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쯔베레프 같은 연기 선생님이 계셨어요. 저는 쯔베레프 선생님을 보면서 형들이 엄격하다고 막말할 때, 하나도 엄격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대사를 살짝 씹으면 바로 나가셨어요. 제가 초반에 연기를 배울 때는 압박 속에서 배웠어요. 아직도 선생님께서 ‘재영아 잘했어’ 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하셨어요. 그런데 딱 한 번,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라고 말하셨는데 정말 인상 깊었거든요. 원래는 “좋았어.” “잘했어, 내일도 이 시간에 오도록.” 이런 식의 대사였는데, 내가 봤을 땐 그렇게 하는 것 보다 오히려 “나쁘지 않았어.”라고 하는 게 더 소중한 말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 장면에서 많이 생각이 나요.


정동화 실제로 이 ‘나쁘지 않았어’라는 말이 무대에 서는 분들이 많이 듣는 말일 거예요. 사실 연습과정에서 칭찬을 듣기가 어려워요. 우리는 계속 창조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칭찬을 받기가 쉽지 않아요. 항상 그래서 ‘나쁘지 않고, 다른 것도 해보자’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 여러 분들이 공연 끝나고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는 게 힘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저희 배우들은 좋은 작품, 좋은 공연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달려가잖아요. 항상 어떻게 해야 관객 분들이 좋다고 하실까. 우리는 잘 했다고 했는데 관객 분들은 별로였다고 하시는 날들도 있고. 그래서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엄청나게 아름다운 연주들 중에 피아니스트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이범재 다 좋아요. 굳이 한 군데를 꼽자면 초연과 많이 달라진 부분 중에서, 라흐마니노프가 누나 이야기를 하고 달 박사님이 무반주로 허밍하면서 다가갈 때 배경으로 깔리는 ‘엘레나’ 반주가 너무 좋아요.



첫 등장 목소리에서 반했습니다. 극 중 목소리와 인터뷰 목소리가 다르시더라고요. 멋진 목소리를 연기하시는지요?


정동화 목소리 연기를 하는 걸 수도 있죠. 일상생활에서도 이렇게 애기하지만 무대에서는 조금 더 정리해서 말하는 톤을 준비하기는 하죠. 제 목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특히 다른 역할보다 달 역할을 할 때 목을 많이 풀고 가다듬어요. 왜냐하면 달 박사라는 역할이 라흐마니노프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주는 힘이 크다고 들었어요. 라흐마니노프에게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목소리가 좋지 않다면, 저부터도 굉장히 집중이 안 될 것 같은 우려가 있어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목을 많이 풀고 들어오려고 노력해요.



원래 클래식음악을 들으시나요? 즐겨 들으신다면 하나만 주천 해주세요.


이범재 개인적으로 저는 모차르트를 좋아해요. 간결하고 딱딱 떨어지는 느낌의 곡을 좋아해서 모차르트를 좋아해요. 소나타가 다 좋아요. 한 곡을 찍어서 말씀드리기가 애매 합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들어보세요.


안재영 대답이 진부할 수도 있는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마지막 부분을 너무 좋아해요. 요즘은 공연을 하기 때문에 많이 안 듣기는 해요. 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요즘은 전통음악을 좋아해요. ‘사철가’ 같은 곡을 좋아해요.


정동화 쇼팽의 녹턴을 정말 좋아해요.



관객과의 대화 소감


이범재 작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저희 라흐마니노프를 사랑해 주셨어요. 제가 피아니스트로서 다시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해 준 작품인 것 같아요. 열심히 연주해서 여러분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선물 드리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동화 작년에도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인생의 조력자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나요. 여전히 이 작품뿐만이 아니고 늘 이 순간을 함께 해주시는 관객 여러분들이 인생의 조력자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라흐마니노프를 다시 하게 되어서 행복하고 기쁩니다. 얼마 안 남은 저희 공연 끝까지 매회 최선을 다해서 감동과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답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재영 요즘 한 회 한 회를 마치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아, 오늘 공연은 평생 돌아오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캐스트도 달라지고 한 자리 한 자리 앉아있는 관객 분들도 달라지는 것처럼, 이 공기는 우리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만드는 것 같아요. 어제의 제가 다르고 내일의 제가 다를 텐데. 절대로 오늘은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한 회 한회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CAST

라흐마니노프|박유덕   니콜라이 달|김경수




‘안녕, 라흐’를 부르고 문이 아닌 객석으로 나가는데요, 객석으로 나가는 동선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오세혁 달 박사가 밖에서 들어와서 나갈 때도 같은 동선으로 퇴장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물론 무대에도 문이 있지만, 두 달 박사 배우 분들에게 여쭤봤을 때 관객석으로 퇴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또 다른 라흐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이런 의미를 처음부터 부여했다기보다는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도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무대 디자이너님께 죄송했어요. 애써서 문을 만들어주셨는데. 그래도 김경수 배우님께서 문 위에 메모도 붙여놓자는 아이디어를 주셔서 문을 잘 꾸밀 수 있었어요.


김경수 저는 이 부분이 한편으로는 비약일수도 있지만, 라흐마니노프가 등을 지고 있으니까 그게 달 박사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 아니었을까, 해서 서로 뒷모습을 바라보며 떠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초연 후 앵콜 공연을 준비하면서 표현 방법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앵콜 공연에 와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김경수 제가 라흐마니노프 팀에게 너무 죄송하게도 잠시 다른 공연(광염소나타) 때문에, 이번에 공연을 많이 못 했어요. 초연에 비해 새로운 표현법과 재해석을 통해서 공연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시도를 하고 있고, 찾아가고 있는 과정 같아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쯔베레프 교수가 라흐마니노프와 악수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했던 생각이 들었고, 연습에서 시도를 했어요. 정동화 배우가 내 준 아이디어였는데, 저희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오세혁 여러 장면에서 악수를 언제 해야 할까 많이 시도했었어요. 관객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쯔베레프가 살아있을 때 악수를 건네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장면에서 악수를 건넨다는 건 달 박사가 생각하기에 그랬을 수 있고, 라흐마니노프의 상상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저희 배우들 사이에서도 악수 타이밍에 대해서 굉장히 치열한 토론을 했어요. 쯔베레프가 라흐마니노프를 테스트 한 후에 “나쁘지 않았어. 내일도 이 시간에 오도록.”이라고 한 직후에 악수를 청하면 어떨까, 싶었지만 또 너무 쉬워 보였고요. 달 박사가 “~라고 말씀하셨을 거예요.”라고 말한 직후에 라흐마니노프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청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결국 그 부분에서 다가가지 않고 악수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라흐마니노프의 방문이 열려있다는 것이 꽤나 의아했습니다.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에 폐인 생활을 하면서 그는 더욱더 문을 굳게 걸어 잠갔을 것 같아서요. 라흐마니노프도 자신을 도울 타인의 방문을 기다렸던 것일까요? 배우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유덕 저도 마음의 문을 닫는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많이 그랬거든요. 저도 많이 힘들 때 마음의 문을 닫는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라흐마니노프도 그랬을 것 같아요.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런데 제가 마음의 문을 닫는다고 해서 닫히는 걸까요? 제가 해보니까 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다고, 자신이 철옹성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을 열면 들어가게 되어 있어요. 제 스스로 닫혀 있다는 생각이나 말을 안 해요. 닫혀 있다고 생각 안 해요. 공연에서도 실패한 거지 닫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실패했어. 왜 실패했을까? 아냐. 난 실패하지 않았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저 스스로에게 빠져 있다고 생각해요.


김경수 타인들의 눈이 그렇겠죠.


박유덕 나는 정말 멀쩡한데 실로티 형이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냐, 너는 아파’라고 말하는 거예요. 아냐, 난 아프지 않아. 전 그걸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괜찮지 않음을 괜찮다고 표현 하고 있어요.


김경수 저는 무대 위에 들어왔을 때, 외로움의 공기가 너무 좋고, 제가 할 일이 생긴 게 너무 좋아요.



커튼콜에서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가 무대 뒤로 올라갈 때, 초연과 조명이 달라졌는데, 다른 이유가 있나요?


오세혁 초연 무대에서도 굉장히 해 보고 싶었어요. 극장의 여건이 맞지 않아서 초연에서는 할 수 없었어요. 무대가 깊고 길면, 오랫동안 두 배우를 함께 무대 뒤로 걷게 하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걷게 하고 싶은 느낌이 있어서 조명감독님께 부탁드려서 조명을 좀 바꿨어요. 사실은 무대 뒤로 걸어가면서 머무르는 장면이 더 있었고, 바라보면서 어두워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무대 여건상 하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나중에 꼭 해보고 싶어요. 둘이 오랫동안 걸어가고 지평선 너머로 걸어가는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저희가 사실 조명 세팅 전에 많이 고심하고, 연습하던 부분 중에 한 장면이에요.



유학 간 달 박사님께 바닥 조명이 네모가 여러 개인데 끝 부분에 조명이 몇 개씩 사라지는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오세혁 바닥의 조명은 원래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피아노 건반처럼 보이는 걸 발견했어요. 조명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을 때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작업 하다 보면 예상하면서 하는 것도 있고, 하다가 만들어지는 부분들도 있어요. 원래 의도는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의 방으로 가는 길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피아노 건반처럼 보이는 부분을 공연 직전에 깨닫고, 조명 감독님께 피아노 건반처럼 사용해도 괜찮겠냐고 여쭤봤을 때 조명감 독님이 흔쾌히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질문해주신 분과 관객 분들께 솔직히 말씀드리면, 끝부분에서 조명이 사라지는 건 제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에요. 하지만 다음에 공연이 다 시올라온다면,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에 있는 피아노로 활용하고 싶어요.



초반에 ‘세르게이, 천천히 그 소리를 듣고 와요’를 극 초반에 하다가 후반부에는 ‘세르게이, 천천히 그 소리를 듣고 오렴’으로 바꾸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경수 공연을 하면서 찾게 된 부분 같아요. 극 안에서 제가 이 사람(라흐마니노프)의 마음을 읽어내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잖아요. 그건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겠죠. 어느 순간, 내가 이 사람을 대하는 표현이나 화법들이 너무 거리를 두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 번 ‘허물을 벗어볼까?’ 이 중요한 시점에서, 지금 라흐마니노프는 점점 어려지고 있는데, 그 어린 친구에게 딱딱한, 거부감이 드는 말투는 아닐까, 해서 형 같은 마음으로 말을 걸어볼까? 그러면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극 안에서  라흐마니노프를 ‘세르게이’ 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 라고 생각을 해서, 세르게이라고 불러보고 싶었어요.


오세혁 제가 굉장히 놀란 게, 제가예전에 공부를 할 때 러시아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름을 다 불렀다가 애칭을 불렀다가 하는데, 가깝거나 마음으로 친한 친구가 아니면 성을 부르지, 절대 이름을 부르지 않는대요. 그래서 경수 배우님께서는 그렇게 마음으로 가까운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으신 거잖아요. 그 부분이 굉장히 와 닿았어요. 또 하나는 박유덕 배우님이 ‘니콜라이’라고 하시는 부분. 스승 니콜라이 쯔베레프와 니콜라이 달이 같은 이름이라는 것을 아시고, ‘니콜라이 달입니다.’ 라는 대사를 들으면서 '니콜라이, 니콜라이’라고 속삭이시잖아요. 본인이 쯔베레프 선생님을 아쉽게 떠나보냈는데, 우연의 일치로 니콜라이 달이라는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점에서, 박유덕 배우님이 그 부분을 많이 생각하신 것 같아요. 원래 제가 지난 초연 공연 이후에 여러 장면을 추가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마지막 공연 때 생각을 바꿨어요. 왜냐하면 공연에서 머무는 순간들이 많은데,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두 배우의 생각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들이 보이니까요. 제가 사실 어제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공연을 봤는데, 놀라웠던 것은 2, 3 분 사이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두 배우의 감정상태가 계속해서 바뀌는 게 보이는 거예요. 노크를 하고 떠났을 뿐인데. 문을 열었을 뿐인데. 감정 상태가 계속해서 변하는데, 그런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후반부로 갈수록 제게 물밀듯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래서 만약에 라흐마니노프가 재연, 삼연을 거쳐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면 김경수 배우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이와 침묵 속에서 생각이 흘러가는 것들을 얼마만큼 더 확장시키느냐, 찾아내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님의 라흐마니노프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은 정말 저 밑까지 무너질 것 같은데요. 정말 웃으실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배우님이 생각하시는 라흐마니노프는 바깥으로 한 걸음 내딛은 후에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 것 같나요?


박유덕 한 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섰을 때는 웃게 되고, 열리게 되고 조심성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어서, 내 음악을 당신들에게 들려줄게. 이렇게 만든 음악이니까 당신들은 보기만 해!’라는 걸 보여줬다면, 달 박사와 함께한 시간 이후로는 ‘제가 준비한 곡입니다. 여러분과 이 곡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잘 들어주십시오.’라는 마음을 가졌을 것 같아요. 자만심이 없었을 것 같아요. 조심성이라기보다는 한 단계 앞으로 나가지만 한 단계 더 깊어진 느낌? 더 성숙해진 느낌일 것 같아요. 과거의 실수들에 있어서 ‘그때처럼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고.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을 것 같아요. 제가 ‘안녕, 라흐’ 때 2층 관객석을 쭉 훑어봐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분명 제게 말하고 있었거든요. ‘넌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리고 ‘너의 음악은 안 좋아. 쓰레기야.’ 그것도 저에겐 충분한 거름이 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듣고 싶은 말만 들었던 거죠. ‘넌 이걸 해야 해. 해야만 해.’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남들은 바뀌지 않아요. 제가 바뀐 거죠. 제가 보는 시선이 바뀐 거죠. 바람은 똑같이 불고, 새는 똑같이 날아다니고, 눈은 여전히 흩날리는데 제가 보는 시선이 변한 거예요. 저는 많이 웃을 것 같아요. 예전의 웃음과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관객과의 대화 소감


오세혁 제가 연출했던, 만들었던 작품들을 모두 사랑하고 아끼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좀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마음이 많이 지쳤을 때, 힘들어서 작업을 그만두려고 했던 적이 있었을 때 이 작업을 하면서 많이 극복하게 됐어요. 눈을 감기 전 제가 했던 작품을 떠올릴 때, 라흐마니노프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아요. 제가 이 작품을 제일 좋다고 여겨서가 아니라, 제가 정말 힘들었을 때 이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관객 분들이 여기에 여러가지 이유로 오실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각각의 생활이 있으실 텐데 분명히 작품에서 다 다른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저는 관객 분들이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한 분, 두 분이라도 계속해서 찾아주신다면, 계속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식상한 말이지만 이 말은 정말 제 진심이에요, 매년 배우님들도 오랫동안 이 작품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50세, 60세가 넘어서도 계속 함께요. 


박유덕 우선 저희 6개월 만에 앵콜 공연으로 돌아왔는데, 많은 분들이 잊지 않아주시고, 기다려주시고, 다시 찾아와주시고,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고, 정리되지 않았던 제 생각들을 잘 전달하려고 했지만 모든 걸 전달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김경수 앵콜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제 회차를 못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워요. 더블캐스팅이었던 정동화 배우에게 너무 미안하고요. 이 공연이 다음 주가 마지막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믿을 수가 없지만요. 막공이 오는 그날까지 공연에 대한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께 밝은 웃음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 늦은 이 시간까지 찾아주신 관객여러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