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레터 - 김유정의 편지 중
자료1

필승前(전)[각주:1]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각주:2] 이제는 자리에서 일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不眠症(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時間(시간)을 元望(원망)하고 누어 있다. 그리고 猛熱(맹열)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는 안되겠다. 달리 道理(도리)를 채리지 않으면 이몸을 다시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病魔(병마)와 最後(최후) 談辦(담판)이다. 興敗(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時急(시급)히 必要(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百圓(백원)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助力(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또 다시 探偵小說(탐정소설)을 飜譯(번역)하여보고싶다. 그外(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中(중) 아주 大衆化(대중화)되고 興味(흥미)있는걸로 한 둬卷(권) 보내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五十日(오십일) 以內(이내)로 譯(역)하여 너의 손으로 가게하여주마. 허거던 네가 極力(극력)周旋(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다오.

 필승아.

 勿論(물론) 이것이 無理(무리)임을 잘 안다. 無理(무리)를 하면 病(병)을 더친다. 그러나 病(병)을 위하여 업집어 無理(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의 몸이다.

 그 돈이 되면 于先(우선) 닭을 한 三十(삼십) 마리 고아 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디려, 살모사, 구렁이를 十餘(십여)뭇 먹어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쏙쏘구리 돈을 잡아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필승아.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드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依支(의지)하여 光明(광명)을 찾게 하여다우.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어 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다우. 기다리마.


三月(삼월) 十八日(십팔일)[각주:3]

金裕貞(김유정)[각주:4]으로






  1. 필승은 안희남의 본명이다. 이 편지는 김유정이 세상을 뜨기 11일 전에 쓴 것이다. [본문으로]
  2. '섬세한 팬레터'의 가사 중 '날로 꺼지는 악몽 같은 나날'을 연상시킨다. [본문으로]
  3. 해진이 세훈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 날짜는 3월 17일이었다. [본문으로]
  4. 김유정은 김해진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