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13 밀레니엄 소년단 - 관객과의 대화
자료1

CAST

동우|주민진, 민진웅   지훈|이형훈   형석|김다흰   명구|송광일, 전석호

 




 

자기소개 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민진 반갑습니다. 이 공연에서 동우인 주민진입니다.

이형훈 안녕하세요. <밀레니엄 소년단>에서 지훈 역할을 맡고 있는 이형훈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다흰 안녕하세요. 형석 역할의 김다흰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송광일 안녕하세요. 서른 살 대학로 어깨깡패 송광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석호 어깨깡패랑 똑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서른다섯 살 그냥 깡패 전석호입니다.

민진웅 동우 역을 맡은 민진웅입니다.

진주 이번에 작가로 참여하게 된 진주입니다.

박선희 연출을 맡은 박선희입니다.

 

 

동우는 지훈이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어떤 심정으로 숨겼을까요?

  

주민진 숨겼다는 건 의도적인 행위인 거잖아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표현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나로 하여금 ? 범인이야? 그럼 난 모르는 척 해야지.’ 이게 아니라 아무것도 못 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비슷한 단어가패닉? 혼란?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이런 것들이 결국 후반의 동우에 많은 영향을 끼쳐서 동우 속에서도 많은 논쟁이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민진웅 저도 형이랑 거의 비슷한데, 불가항력이란 것이 있잖아요. 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데 그것에 연쇄되고 연쇄되고 연쇄되는 것들이 그걸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저의 선택이 아니라 삶이 흘러가는 게 그런 선택을 내리게 만들었던 것 같고요. 숨겼다기 보다는 숨겨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흘러가는 상황에서 최대한, 이 친구들과의나만 사라지면 되고,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훈이와 동우가 건축 중단된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난 후, 동우는 어떻게 지냈나요? 캐나다에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았는지, 의전원에서 수월하게 들어간 건지. 배우님 개인적인 상상이라도 궁금합니다. 그런 트라우마나 사고를 겪고도 공부 열심히 하고 잘 성장한 것 같아서 기특해요.

  

주민진 저랑 글씨가 되게 비슷하시네요. 저는 일단 하나씩 답을 해보자면, ‘어떻게 지냈나요?’라고 했을 때 지냈다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뭔가 지낸 게 아니라사람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많이 지워지잖아요. 이게 비슷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익숙한 환경이 많아지고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많다 보니까 내가 스스로 기억들을 지워 나가면서. 이 얘기를 왜 꺼냈냐면, 동우가 지냈다라는 표현보다 기억이 많이 지워졌을 것 같아요. 외부적인 어떤 지시, 혹은 해야만 하는 것들을 물고 물고 가느라, 감정 소비를 최소화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냈다라는 표현보다 흘려보냈다’? 라는 비유가 비슷할 것 같고요. 캐나다에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았을 것 같아요. 무언가 나를 괴롭힐 수 있는 공부를 계속 했을 것 같아요. 의전원에는 수월하게 들어간 건지. 수월하게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사람과의 만남, 이런 것도 다 피하고 계속 꾸준히 공부를 했을 것 같고. 의전원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의사들 사이에서말이 많은데. 개인적인 상상, , 이런 게 저의 개인적인 상상이었고. 트라우마기특하게 봐 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극 중에서 동우에게만 내레이션이 부여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궁금합니다. 동우의 감정이나 생각은 말로 정의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 동우에게만 내레이션을 주지 않으신 이유가 있는지.

 

진주 동우가 이제 앞으로 말할 사람이기 때문에 내레이션이 없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힘들고 아픈 기억인데, 우정이라는 게 항상 모든 것을 공유해야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자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 그것을 앞으로 말할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모든 전체의 극이 동우가 하게 될 이야기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민진동우님께 질문입니다. 누나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지훈이와의 갈등만 부각이 되고 마지막 지훈이의 질문인 우리 친구지?”에 대한 대답을 망설이는데, 그때 동우의 심정과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민진 뒤의 것부터 답을 해 볼게요. 이건 동우의 마음이 아니고 주민진이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동우의 마음이기 때문에먼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이유는, 약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런 느낌일 것 같아요. 어떻게 들릴지 잘 모르겠는데. 지훈이와 친구가 된다는 사실이, 친구라는 건 사실 이 나이 대에 너무 중요한 거잖아요. 나의 가족지훈이라는 사람과, 친구와 쌓은 추억도 소중하고. 그 두 가지에 대한 어떤, 고민? 혼란? 이런 것 때문에 선뜻 대답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그 앞쪽에 한 번 더 같은 질문이 있긴 한데, 그때는 대답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속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참았던 것 같고. 뒤에는 정말로 혼란 때문에 대답을 못 했던 것 같고요. 심정은이루 말할 수 없다고밖에는너무 이 나이에 겪기 힘든 일인 것 같아서, 감히 제가 상상할 수 있을까고민해보고 있는데, 그게 관객분들에게 전달이 됐는지, 표현이 됐는지는연출님께서 원하는 만큼 갔는지, 작가님께서 그리는 만큼 갔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우 가출 사건 후 지훈이는 왜 비품실에 왔을까요?

형훈지훈에게 하리보란?

 

이형훈 마지막 비품실 말씀하시는 건가요? 폐공사장 가기 전에? 제가 학교는 계속 나오고, 지금 CA 시간이라고 가정을 하고 있었잖아요.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왔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데 거기 지금 동우가 있는 거죠. 저는 그 전까지는 얘를 피하고 다니고, 용인공원 다니고 했겠지만낚시 장면에서 동우가 가출 사건 일으켰다고 해서 우리가 다 혼난 다음에 처음 만났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비품실은 어쨌든 제가 이 학교를 다니면서 저만의 공간이 되어 줄 수도 있고, 친구들과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비밀스러운 장소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가출 사건 후에 비품실에 온 이유는 수업 중 CA 시간에 왔다고 생각을 했죠 동우를 만난 게 의외의 사건이 되는 거죠.

, 하리보는요. 이게다른 지훈분들은, 동욱이 형이나 순원이는 아마 안 하고 있을 텐데 저는 이걸 왜 하냐면요, 앞에 사과를 못 먹는 거랑 연관을 시키고 싶었어요. 사실은 그 사이에 시간의 경과가 조금 있는데, 다른 지훈 하시는 배우님들은 그거를 이제 걷는 거, 재활하는 걸로 풀어내셨으면 저는 이제 앞에 사과라는 먹는 코드가 나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씹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신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못 먹고 있는, 그 열일곱? 열여덟? 학생의 입장에 있었을 때 먹고 싶은 욕구가 제일 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식으로 그 순간에 접근을 했던 것 같고, 때마침 연습실에 하리보가 있었고, 숨기기가 제일 좋았죠.

 

 

지훈이가 병원과 임상 연구 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명구에게도 의사 선생님한테도 도움이 되는 걸 알았을 텐데, 왜 하지 않은 것인가요?

 

이형훈 계속 친구들한테 물어보긴 하는데, 명구가 계속 돈 얘기를 하고하고 싶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저는 어떻게 생각했냐면, 제가 죽을 걸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이 친구들 곁에 계속 있지 못할 것 같다는 어떤 예감이 있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구 멸망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면서도 계속 그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저는 쉽게, 동우랑 만나서도 그게 뭐날짜가 딱 나오지는 않지만 계속 내일이라고 하는 게, 선뜻 싸인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진주 지훈이와 동우 둘이 얘기하던 장면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행복했을까요?” “선생님에게도 좋은 일인가요?”라고 얘기했을 때, 이 얘기는 사실서로를 알아보고 있는 상태에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을 해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이제 기억에 대한 부분이 자기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그걸 본격적으로 묻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지훈이는 굉장히 두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택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을 거고, 지훈이는 사실 회피의 아이콘 같은 게 좀 있는데, 계속해서 회피했던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지훈이가 녹음을 하는 시간을 1222일로 저희가 설정을 했어요. 멸망의 날에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그 다음 날 지훈이는 마지막 고백을 하고만약 검사를 하게 되면 자기가 기억하고 있다는 걸 다 알게 되잖아요. 자기가 밝히는 게 아니고 검사를 통해 알게 되니까. 지훈이는 솔직히 언젠가는 자기가 직접 말하고 싶었고, 하지만 죽음을 예감했다는 건 저희도 공감했거든요. 어쩌면 지훈이는 가기 전까지 자기가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하지만 그 타이밍은 오지 않았다, 라고 저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2012년 지훈이가 깨어난 후 명구가 지훈이에게 계약을 종용하는 속내가 궁금합니다. 명구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싸인을 하라고 했을까요?

 

송광일 얘기하듯이 진짜로, 다 좋은 거예요. 지훈이한테도 좋고. 저는 나이 먹어서 생각할 때 지훈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약을 중요시하는 거고. , 동우에게도 좋은 거고. 동우도 이제 자기한테 도움이 되니까. 그리고 사실 저한테도 좋아요. 제가 지금 사업이 어려운데 지훈이가 돈을 받게 되면, 어떻게 좀확신이 있진 않지만 빌릴 수 있으니까, 저 나름대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그런데 그 마음이 크진 않아요. 지훈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큰데,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건돈을 많이

 

전석호 돈 밝히는 사람처럼 많이 보여질 텐데, 맞아요. 보여지는 게 전부는 아닐 수도 있는데, 일부러 저희가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예전의 어떤,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꼭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명구 입장에서는. 보시는 분들마다 다를 수도 있고, 아니면 일맥상통하게 다 똑같다고 보여질 수도 있는데, 누구한테는 돈이 가장 중요하고 누구한테는 우정이 중요하고 누구한테는 뭐, 진실을 감추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명구한테는 돈이 가장 중요하고그것이 속내인 것 같습니다.

 

 

바꿔서 하고 싶은 역할은? , 이 역할이 탐난다!

 

주민진 사실 탐난 적이 없어요. 저는 뭐굳이 다른 역할을너무 매력적인 역할인 것 같고, 동우. 어렵지만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부분도 많은 것 같고, 더 칠해 나가야 할 것 같아서 아직은 채동우로서 충분히 만족하고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형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원래 사실, 명구를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저도 깡패, 세 명이 되면 갱이 될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형훈 저는 형석이요, 형석이. (송광일 ~) ! (송광일 아 멋있잖아요! 형석이.) 형석이 역할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막 자신감에 차 있고, 공부도 잘 하고 했었던 애가 커 가면서 고지서 걱정하고, 삶을 걱정하고 빚을 걱정하고 대출 이자를 걱정하고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게좀 평범한 사람 같은그래서 형석이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김다흰 저는저는 아 이게 어렵네. 처음에 이걸 리딩했을 때 동우를 한 번 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첫 리딩 했을 때, 약간 프리한 리딩이어가지고 그때 동우 역할이 없어서 제가 동우를 읽었었거든요. 그런데 읽으면서 와 이 역할 재밌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민진웅 그건 처음에고, 지금!) ~! 동우 하고 싶습니다.

 

송광일 저는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전 제 역할에 만족하고멋있어 보이는 역할은, 전 형석이가 진짜 멋있어 보여요. 그래서 아까 얘기했을 때 아~ 했는데. 멋있잖아요. 끝까지 뭔가 지켜주고 곁에 있는 게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뭐 키도 작고 어깨만 넓으니까(그럼 형석이 대사 중에 혹시 마음에 드시는 게) 아 그거요! “돈가스 먹으러 가자!” 그거 멋있잖아요.

 

전석호 저는 사실, 처음부터 명구 거시기해갖고 했던 거였고요. 글쎄요? 좀 결이 달라요. 이 작품 자체가, 저랑. 사실 명구 역할 말고는 할 자신도 없고아까 광일이가 얘기했던 것처럼 다른 역할은 따뜻한 부분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자신 없죠. 그냥 명구가(그럼 석호 씨는, 이게 저희가 재연이니까. 초연 때,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이란 작품을 보고 난 이 작품 절대 안 한다!”라고 얘기했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참여를 하셨단 말이에요? 참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처음에는, 연출님하고 술 먹다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밀레니엄 이야기를. 그래서 이번에 함께 더 발전시킬 수 있고 더 가고 싶다고 하면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아니다. 기회가 안 될 것 같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마음 안 먹고 있었는데, 정확히 딱 1년 전이에요. 1년 전에 또 술을 먹는데, “하고 싶다.” 이러더라고요. 그래서아이씨, 말을 뱉었는데 어떡해야 하지? 그 전에 공연을 봤었고, 그래서 얘기를 했었는데. 제가 광일이 하는 거를 봤어요. 너무 재밌고, 그리고나는 만약에 하게 된다면 광일이 역할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서. 그리고 그나마, 어깨깡패인지는 몰랐고요 그 때는그땐 더 말랐던 것 같은데그 네 명의 인물 중에서도 명구라는 인물이 가장 매력있다고 생각했었어요. 할 수 있는 연기도 많은 것 같았고.

 

민진웅 저도 원래 연습하고 하면서 명구를 해 보고 싶었었는데, 광일이 하는 걸 보고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좋은 뜻이죠? 저만큼 할 자신이 없다) . 저는 그런데, 당연히 지훈이도 고르고 싶은데, 인기가 제일 많네? 저도 사실은 형석이를 제일 해 보고 싶어요. 형석이 너무 멋있지 않나요? 밥 먹으러 오라고 그러고. 짜증나 진짜. 저도 공연할 때 뒤에서 보는데, 멋있더라고요. 형이 할 때든, 호진이 형이 할 때든형석이 되게 멋있는 것 같아요. 형석이 역할을 해 보고 싶습니다. (??? 태구 형 얘기는 안 해요?) 아 태구도. 태구. 이태구 엄청 멋있죠~

 

 

형석이가 낚시터에서 전화를 받는데, 누구 전화를 받는 건가요?

지훈이는 자신이 죽었다는 걸 알고 녹음을 한 건가요?

 

김다흰 형석이가 받는 전화는 지혜 전화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받지 못하고 나가는 걸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형훈 아까 말씀드린 거랑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저는 죽음이 내게 왔다는 걸 인지하고 있고, 하지만 내가 못 했던 이야기들을, 내가 잘 했던 방식으로 남기고 싶고, 이 친구들이 들었으면 좋겠고무서워서 마주보고는 못 했던 이야기들을 여기 남겨둠으로써 얘기하려고, 그래서 녹음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죽음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고 있어요.

 

 

동우가 지훈이하고 둘이 아파트에 있었을 때, 미이한테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미이가 지훈이 이름을 한 번도 얘기를 안 해서 특징을 얘기할 때 이름을 얘기 안 한 건지 동우 두 분하고 작가님께 여쭤보고 싶어요.

 

주민진 제가 생각한 거는, 제 친누나를 많이 생각했어요. 다섯 살 위 누나가 한 명 있는데, 누나가 어릴 때 남자친구에 대한 얘기를이야기를 해도 남자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감추더라고요. 심리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랬던 경험이 나이가 좀 들고, 뒤에 생각해 보니 뭔가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구나. 잘못에 대한 감춤이 아니라, 남동생가족이다 보니까 더 밝히고 싶지 않은 게 있고, “그런 친구가 있어.” “그래서 그 친구랑 즐겁게 있고, 너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가 오가지 않았을까, 라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민진웅 제가 그런 게 아니어가지고미이가 그런 선택을 내렸던 거라서, 어디까지 제가 해석을 해야 할지 조금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형 얘기에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도 있어요. 거의 대명사로 지칭하지 않았을까, 혹은 다른 별명이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 얘기를 듣고 나니까 이게 참여자들의 묘한 심리가 아닌가

 

진주 미이가 절대 그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믿고 있는데요, 미이가 지훈이의 흉내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를 흉내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동우에게 지훈이같은, 또래 남자 친구들 같은 그런 친구가 되고 싶었을 테니까, 자기가 아닌 다른 이름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박선희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모르는 걸까. 거기에서 사실, 얘네 둘이 만난 건 고등학교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고 이 사건은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때 일어난 사건이라서. 그때는 어쩌면 말을 했을 수도 있는데, 별명, 내 뒤에 앉은 또라이, 바부팅이, 장난치는 애그런 이름으로 걔를 묘사했을 거고. 좋은 아이였기 때문에, 그때는이름이 지훈이였다, 이런 거에 대해서도 사실은 별 개념 없이 봤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약간은 미스테리를 만들고 싶었죠. 그걸 전부 다 알고, 명확히 그 사람을 추적하기 위한 건 아니었거든요. 동우도 살인범을 추적한다거나, 뭐 그런 목적은 아니었고. 동우가 지훈이를 찾아내고 싶었던 건 그때 알았던 그 아이가 누구였을까?’ 누나에게 상처를 줬다는 건 너무 괴롭지만, 내가 너무 보고 싶었던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그런 걸 무척 궁금해했고, 거기에 포커스를 두자. 그렇게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동우가 지훈이를 찾는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왜 찾냐는 질문에 죽여 버리겠다.”고 하잖아요. 그 얘기가 그렇게 쉽게 나올 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진심이 담겨 있는지,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주민진 진심에 대한 퍼센테이지를 따지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짧은 시간 내에 바뀔 수는 있지만 얼만큼은 진심이었고 얼만큼은 반진심이었고, 이런 건 없을 것 같아요. 분명 진심이었을 것 같아요. 항상 생각해왔던 거고, 분노에 대한 부분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었을 것 같고. 그래놓고 뱉어 놓은 말을 뒤에 열심히 주워 담죠, 제가 하는 동우는. 실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실수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도 친구들이 분위기를 너무 잘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그래서 뭔가 가슴 속에 있었던, 저도 모르는 진심이 나왔다가 다시 열심히 주워 담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진주 동우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된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들, 돈을 주지 않아도 시간을 할애해 주고 모든 것을 할애해 주는 친구들, 믿을 수 있는생애 처음 만난 어떤 공동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들이 있었을 때, 자기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어느 순간 찔러졌을 때, 자기도 생각하지 못하고 내뱉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제는 말할 수 있으니까 얘네들한테 꼭 얘기해서 이걸 해결을 봐야겠다이게 아니라,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어느 순간 흘러나오게 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동우가 지훈이인 걸 언제 알아차렸는지 궁금하고, 유서를 쓰고 나가게 된 계기나 심정이 궁금합니다.

 

박선희 이런 부분들을, 리허설 할 때 얘기를 진짜 많이 했어요. 낚시터에서 만나는 시점, 그 직전이에요. 2000614, 즉 고2가 된 시점이에요. 저희가 19991231일날 여기서 난장을 까고 가잖아요. 거기서부터죄송합니다. 언어가(진행자 단어 선택을 좀만 고급스럽게) 1231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나가게 되는데,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6월 들어가는 그 사이에 그걸 동우가 알게 됩니다. 이걸 우리가 다 설명을 할까?’ 하다가,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져와 봤었어요. 그러니까, 친구들이 동우네 집에 놀러 간 거예요. 놀러 갔는데 엄마가 지훈이를 알아본 거죠. 하지만 사실은 지훈이가 무슨 살인을 한 것도 아니고, 지훈이가 실제로 뭘 저지른 게 아니기 때문에 엄마는 그냥 쟤네들이랑 놀지 마.” 이렇게 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동우한테는 무슨 일이지?’ 엄마도 처음에는 쟤가 걔야. 미이 친구야.” 이렇게는 말하지 않았겠지만, 다 같은 학교 친구들인 걸 알 테니까. 그냥 쟤네랑 놀지 마.” 이런 식으로 애를 내쳤을 거고, 그러다가저희가 한 번 얘기를 했었는데, ‘동우가 지훈이의 사진을 본 적은 없을까?’ ‘흔적을 찾아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6, 낚시터를 가기 전에 동우는 내가 친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미이와의 관계를 선택해야 하는지, 이런 과정 속에서 에서 차라리 죽자. 나만 사라지면 돼. 엄마한테도 나는 짐이고. 내가 지금 지훈이랑 친구들을 이렇게 만났는데 이 친구들한테도 결국 내가, “나는 너랑 같이 놀 수 없어.”라고 말한다면 이건 내가 너무 불행해지는 거야. 차라리 죽자.’ 그런 마음으로 유서를 썼을 것이다, 그 시기를 저희는 추정해 봤습니다. 이게 작가의 마음은 아닐지도 몰라요.


진주 언제 깨닫느냐는, 공연을 여러 번 보신 관객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페어별로, 그리고 공연별로 그 시점을 전혀 다르게 예측할 수 있어요. 담요 얘기가 나온 순간에 이미 알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낚시터 씬에서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 둘 사이에 모종의 사건이 분명히 있었구나, 그래서 저렇게 반응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일단 계속 무언가가 쌓여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 사건 자체를 비워 뒀습니다. 원래는 흉터가 있었고, 그것을 생각하지 못한 사이에 발견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하나 들어 있었는데 그걸 보여주는 게 이야기 전체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들어내는 선택을 했습니다.

 

 

동우가 명구에게 맹목적일 만큼 집착한다고 저는 느꼈는데, 정반대의 가정환경이 있잖아요. 어떤 부분이 그렇게마지막 CA실에 모일 때 명구랑 이거 하고 저것도 하고 함께 떠나자, 는 식으로 얘길 하는데 무엇 때문에 명구한테 그 정도로 몰입하고 맹신하게 되는지. 맹신의 근거가 궁금합니다.

  

주민진 명구라는 존재가, 동우한테 주는 게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 줬을 것 같아요. 정반대의 가정환경. 참 신기하게도, 너무 제 경험상에서 빗댄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저와 정반대의 무언가를 보면 너무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이해는 못하겠어요. 동우라는 역할 자체가, 민진이의 동우다 보니까 저의 생각이 많이 담겼는데, 일단 반대에 처해진 환경. 굉장히 프리한 환경.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이라도 경험하는 순간 거기에 너무 많은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더운 곳에 있다가 조금만 시원해도 와아~!’ 너무 행복하고, 혹은 너무 추운 곳에 있다가 조금만 따뜻해도, 그 조금의 따뜻함이 클 거란 말이죠. 각박한 생활과 안 좋은 환경과, 가정환경과이런 것 속에서 제가 볼 때 누구보다 프리해 보이는, 그리고 선택도 혼자 다 할 수 있는 친구 자체가, 어떤 애착이나 집착보다는 우러러볼 수 있는 느낌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제가 낚시터에서 너무 멋있다.” 너무 좋다는 게 아니라 너 진짜 너무 멋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아마 그런 게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송광일 (마이크 받고 어리둥절) 저요? 저 멋있어요! 제 질문 아니잖아요!

 

민진웅 저도 거의 일맥상통하는데요. 저희 팀이 공유하는 명구의 모습이 있는데, 그런 것이 다 개개인적으로는 저와 민진이 형, 강우 형 또 다르게 갖고 있기 때문에. 저 장면으로 설명이 될 것 같아요. 낚시터에서 그렇게 취해서 있는데 명구와 나누는 대화에서 보면 다리가 다쳤는데 개의치 않고, 나는 지금 이 고민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고 너무 힘든데, 동우가 질문하는 우문에 아주 현답을 해 주잖아요.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냐. 그리고 다리를 다쳤는데 긍정적인 태도, 아빠한테도 막 문식이라고 하고그런 모습들이 친구로서, 남자로서 묘한 매력이 있지 않았나. 의지하고 싶고, 속 깊은 얘기를 하고 싶고그렇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명구는, 말 그대로 너무 다른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아팠고 그랬는데, 가지고 있는 마이너스를 오히려 플러스로 가지고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서 명구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극은 멸망과 새로운 시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각자 생각하는 멸망이라든지, 새로운 시작에 관한 얘기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훈이는 우정이 끝나는 게 멸망이라고 했었잖아요. 각자의 역할에서 생각했을 법은 멸망, 새로운 시작 같은 게 궁금합니다.

 

김다흰 형석이는형석이는 그래도 끝까지 좀, 제가 생각하는 형석이는 끝까지 좀 멸망을 믿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형석이가 생각하는 우리의 멸망의 순간은, 지훈이가 죽고 애들이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을 때. 그때 딱 우리 이제 끝났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저는 새로운 시작은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2017년에 우리가 만났던. 그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시점 안에서 우리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단계점을 지훈이가 준 게 아닐까. 그래서 그때부터 새롭게 다시, 재정립해나갈 수 있는 순간이 되었다고 봅니다, 형석이 입장에서.

 

송광일 철저하게 명구 입장에서 생각한 겁니다. 멸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해 드릴 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저는 여기서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멸망에 대해서, 지훈이가 병실에서 이야기할 때도 저는 한숨을 쉬고, 동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멸망에 대해서는 저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것 같고. 새로운 시작이 있다면 마지막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랏샤이마세~” 그게 내 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이 아니었을까? 감사합니다~

 

 

작가님과 연출님한테 한 마디만 듣고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은 어제 질문이 안 나오면 내가 꼭 얘기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라고 했었어요. 사실 이게 재연이다 보니까, 초연이었던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을> 재연으로 각색, 재창작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뒀던 점과 공연이 올라가고 나서 다소 민감한 부분에 대한 설정, 그것에 대한 해명. 잘 한 번 얘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주 어제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이, 초연에 대한 큰 애정을 갖고 있는 관객분들을 제 눈앞에서 이렇게 만나는 게 저한테 되게 큰 감동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한 순간도, 우리 마음을 어렵게 했던 그 사건을 넣음으로써 이 이야기에 애착을 가지고 계신 팬분들이나 관객분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스크래치를 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저는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초연 작품 중에 있었던 여러 가지 미덕 중에 하나는, 이 네 명의 친구들의 추억과 그 안에 있는 에너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다가 제가 더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그럼 과거가 언제 그리워질까? 현실이 너무 팍팍하고, 그래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될 때. 그 친구들이 지금 내 곁에 있어준다면 내가 지금 잘 버틸 수 있을 텐데. 이런 순간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현실을 더 드러내주는 시간과 공간, 관계들을 선택했습니다. 관계에 더 집중한 이야기로 바꾸기 위해서저는 각색의 주안점을 그 점에 뒀고요.

주제적으로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초연에서는 변해 버린 현실에 대한 쓸쓸한 정서 그 자체에 박동욱 작가님이 힘을 실어 두셨던 것 같은데, 제가 중고등학교 생활을 지나면서 제 친구들에게 배운 것은, ‘우정은 계속 노력해야 되는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추억에 지나지 않으려면, 지금도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무조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배웠거든요. 그래서 저도 마지막으로 그런 결말을 넣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아름다웠던 우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조금 더 드릴게요.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얘기들 중 하나는일단, 초연에서 박동욱 작가님이 쓰셨던 희곡을 먼저 읽고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 대본의 매력은 가장 진실되게 자신의 과거와, 현실하고 마주했다는 점입니다. 1년 동안 각색을 하면서 너무너무 마음이 어려웠어요. 저는 여중여고를 나왔고, 그 또래 남학생들의 문화 속에 깊이 들어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관계들을 가지고 갈지 제가 쓰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결국 저의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을 대면해야 했고, 그 시간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제가 배웠던 것, 친구들, 제가 했던 말들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그 사건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그런 장치는 아니었다고, 진실된 마음으로 썼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으신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전 정말 열심히 관객평을 찾아봤습니다. 정말로. 어제도 찾아봤어요. 그래서 어떤 부분을 궁금해 하시는지 정말 마음을 시원하게 해 드려야 하는데그런 고민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여성 캐릭터들이, 오리지널에 있었던 그 캐릭터들을 좀 더 살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전달되지 않은 건 아마도 저의 부족함 때문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서 조금 말씀드릴게요.

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 여덟 명 정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네 명의 인물이 있어요. 그 중에 명구 아버지가 있고, 나머지 세 분은 여성 캐릭터입니다. 그 세 사람이 특별히 수동적이거나, 전형적인 캐릭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전부 다 결핍이 있고, 상처가 있고, 어딘가 문제가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저는 그 여덟 명의 캐릭터가 다 동등하게 제겐 아픈 사람들로 다가옵니다.

미이의 엄마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미이의 엄마는, 결핍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자녀를 낳고 키우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결핍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두 아이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없었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가 갖지 못한 것, 자기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해 계속 마음을 기울이게 되고 그래서 자꾸만 자기 슬픔에 빠져 있게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모성애가 너무 깊어서 아이들에게 집착하게 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오히려 더 회피하고 도망치려 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혜. 지혜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상당 부분은 도려냈습니다. 저는 이 극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지혜라고 믿고 있어요. 왜냐하면 거칠고 낯선 소년에게 기꺼이 손을 뻗어서 친구가 되자고 말하고, 강한 마음으로, 그 주변의 남자 친구들이 하는 욕을 그대로 미러링해서 다 쳐내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그 말들이 자기를 흔들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잘 견뎌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사춘기 때 자기를 사로잡는 소년 하나를 만나면서 그에게 너무나 마음을 이입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의 균형감을 잃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대사들이 삭제되었는데, 결국에는 지혜가 지훈이의 마음을 자기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자해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마음의 아픔을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 대사들을 전부 다 제했습니다. 그게 더 좋았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국 자기를 그렇게 힘들게 했고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석이와 마주하고 평생을 형석이와 함께하기로 결정합니다. 형석이와 지혜의 관계에서 주도권은 언제나 지혜에게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혜가 형석이를 선택할 때는, 형석이가 가지고 있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그 모든 과거들을 끌어안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대변해서 앞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라서 저는 지혜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미이 같은 경우는,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 애는지훈이를 흉내낸 이유가 뭐였을까, 쓰면서도 항상 궁금했어요. 그런데 아마 엄마에게 동우가 되어 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동우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보다 엄마나 동생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면서 자기 역할을 찾고 싶었던, 너무너무 사랑받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던 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캐릭터들이어서 여러분들이 또 극을 보러 오신다면 한 사람 한 사람, 명구의 아버지도, 그 아픔들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잘 공감하실 거라 생각해요. 모든 캐릭터에 사랑을 담아서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애기가 너무 길었죠? 죄송합니다.


박선희 저는 사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부분, 아까 잠깐 질문이 나왔는데, 형훈지훈은 하리보를 먹죠. 동욱지훈은 거기서뭐 하지? 걷지? (전석호 숨 쉬어요.) 나와서 뭐 하고, 순원지훈은 근육 운동을 합니다. 작가님이 쓴 거에서 우리가 , 여기 이 부분에서 조금만 시간을 뛰어넘어 보자. 괜찮아지는 어떤 순간을 해 보자.’ 거기서 쟤는 걷고, 누구는 먹고, 누구는 숨 쉬고, 이런 선택을 하면서 배우들이 살아서 움직일 수 있게끔 작품의 빈 공간을 만들고, 그래서 페어가 바뀔수록, 바뀌어도 유기적인 관계들이 생성될 수 있도록,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욕심이 컸죠. 얼마만큼 다가갔는지는 저희가 항상 겸손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저는, 더군다나 제가 힘들었던 건, 작년엔 거의 공동 창작 수준으로 배우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작가인 동욱이와 함께, 배우들이 함께, 뭐든지 다 뭉쳐서 같이 만들고, 거기에 작가라는 도구를 이번에 적극적으로 처음으로 써 본 거죠. 거기서 많은 도움을 얻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저희가 건드리기 어려웠던 2012년과 2017년의 변해 버린 인간상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쩌면 거기서 여러분도 지금의 각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고, 돈에 집착하거나 명예에 집착하거나, 아니면 가정에 집착하는 모습들. 어렸을 때는 친구가 전부였는데그 시절이 지나고 나면 전부가 다른 데로 옮겨가게 되잖아요. 그런 현실과 행복했던 과거의 대비. 그걸 정말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떤 분은 가끔씩 장면에서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최근에, 두 달 조금 안 되게 달려온 것 같아요. 점점 배우들이 그 안에서 자기 역할로 놀고 있다는 거, 저는 되게 즐거워요.

여러분들도 다른 무엇보다이 작품이 대단한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거나, 교훈을 주려고 했다거나, 아니면 여러분의 인생을 바꿔놓으려고 했다거나, 그건 아니에요. 가장 원했던 건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공연이 딱 끝나고 질문이, 에필로그가 언제 끝나는 거냐. 커튼콜이 언제 시작하는 거냐, 하는 질문을 제가 매니저에게 들었었는데. 지훈이가 혼자 남잖아요. 사실 이건 중간지대예요. 거기부터 커튼콜이죠. 커튼콜이 시작하는 거지만 아직 극은 이들에게서, 아직 마음이 그 역할에서 배우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거든요. 형훈이도 그랬겠지만, 오늘 형훈이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훈이들은 혼자 남겨지고 조명이 들어올 때 가장 아마 그런 순간을 느낄 거예요. ‘지금 나는 어디에 있지?’ ‘지금 난 누구지?’ ‘내가 지금 지훈이야, 형훈이야?’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그 순간을 여러분들이 같이 경험하시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 서서히 애들이, 형석이 부르면 나오면서, 자기가 뭘로 웃는지, 한 명씩 다 나오면서, 그 순간이 가장 서로가 가까워지는 순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 순간이 저는 즐겁고, 여러분들이 그런 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과거를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다면, 옛날 친구들을. 목표는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분들 한 마디씩, 짧게. 오늘 마무리하면서 한 마디씩 해 주시고 끝내겠습니다.

 

주민진 오늘짧지 않은 시간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여러분 시간 써 주신 만큼 남은 공연 더 열심히, 좀 더 괜찮은, 누구에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지만, 더 열심히, 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형훈 추운데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사랑 많이 해 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김다흰 저도 마찬가지로 너무 감사드립니다. 시간 써 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송광일 건강하고 행복하십쇼!

전석호 건강하고 행복하십쇼!

민진웅 페어마다 정말 다른 매력들이 있습니다. 내일 저도 하고계속해서 페어가 바뀌어 나가는데요, 볼 때마다 다른 공연이 되실 테니까 또 와도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늘 하루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나가서 돌아가시는 길 조심히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