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안재영|라흐마니노프 정동화|니콜라이 달
with 이범재 피아니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_k5bk4r5YO4
① 안재영 배우님께. 배우님의 라흐마니노프는 달 박사와의 관계에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가,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다시 마음을 닫고, 결국 열리는 과정이 돋보이는데요. 배우님이 연기하시면 서 가장 좋아하시는 달 박사와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달 박사와 만나는 모든 순간이 좋아요. 그렇지만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건 차이코프스키 뱃노래 합주 장면이에요. 사실 라흐마니노프가 한 번도 웃을 수도 없고, 전기충격을 하건 기도를 하건 주문을 외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다녀갔을 텐데. 아마도 처음으로 웃게 해준 사람이 달 박사님이었을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어마어마한 치료도 아닌 허접한 연주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어이가 없어서 라흐마니노프가 웃음을 터트리잖아요. 달 박사님의 연주가 더 진솔하게 들려서 라흐마니노프에게 웃음을 줬던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요.
② 정동화 배우님께. 초연에 비해서 이번 공연의 쯔베레프 선생님의 캐릭터가 훨씬 부드러워지신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시나요?
제가 달 박사를 연기하고 있지만, 쯔베레프 선생님에게 애정이 많아요. 달 박사/쯔베레프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에 참여도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겪었던 경험과 비슷해서 이번 재연에는 좀 더 마음에 닿을 수 있게 표현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초연 때의 쯔베레프는 ‘엄격함’이라는 단어를 제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엄격함보다는 ‘관심’ 그리고 ‘무관심’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요. 엄격함 역시도 애정이 있어야 나오는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제 엄격함 이전에, 초반에는 관심이 아예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범재 피아니스트) 그래서 처음보다 더 능숙하고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안재영 배우) 저도 보다가 깜짝깜짝 놀라요.
이범재 피아니스트께서도 실제로 선생님들께 훈련을 많이 받으셨잖아요. 초연 때는 이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 봤어요. 하지만 막상 실제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무서웠던 선생님은 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으셨던 선생님이셨어요. 초연 때는 엄격함이라는 단어가 저를 지배하고 있어서 엄격함을 좀 내세웠는데, 돌이켜 보니 정말로 생생한 느낌은 무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쯔베레프가 조금 약해졌다, 유해졌다는 말을 많이 하시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조금 더 제가 생각하는 쯔베레프를 표현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표현해 봤어요. 또, 악수하는 장면도 그래요. 리허설 때 악수에 대한 부분이 결론이 나지 않는 게 찜찜한 거예요. 리허설 끝나고 배우 분들과 연출님들과 함께 대화를 하다가, 안재영 배우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그리고 리허설 때 안재영 배우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했을 때 느낌이 좋아서 하게 됐어요. 여러분이 좋게 봐주셔서 또 너무 감사하고요.
③ 이범재 피아니스트님께. 쯔베레프 선생님 옆에서 테스트 받는 곡은 직접 선곡하신건가요? 곡들의 제목이 궁금합니다.
직접 선곡했어요. 제가 칠 줄 아는 곡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음악감독님과 최대한 상의를 해서 대중적이고 쉽게 아실 수 있는 곡으로 설정을 했어요. 첫 곡 모차르트는 터키 행 진곡, 두 번째 곡은 쇼팽 녹턴 C-sharp minor 20번이고, 세 번째 곡이 슈베르트 즉흥곡, 마지막이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1악장입니다. 넘버가 끝나고 치는 곡은 리스트 메피스토 왈츠 마지막 부분을 발췌해서 연주하고 있어요.
④ 정동화 배우님께. 커튼콜에서 뒤로 올라갈 때 라흐마니노프와 함께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뒤에서 물러나 라흐마니노프를 바라보며 걸어가다가 마지막에 마주하는 순간, 늘 그렇게 라흐마니노프를 바라봐 줬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배우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지난번에는 달 박사가 리드하기보다는 받쳐주는 역할로, 비올라와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무대 뒤로 올라갈 때 어깨동무가 아닌 살짝 받쳐주는 느낌으로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명이 달라졌어요. 조명이 점점 노을이 지고 점점 추억들이 사라지면서 마지막 실루엣만 남으면서 좀 떨어져서 멀리서 바라봐주는 느낌을 생각했는데, 저는 사실 안 보일 줄 알았는데 관객 분들에게 보였나 봐요. 알아봐주셨나 봐요. 정말 감사했어요.
⑤ 안재영 배우님께. 라흐마니노프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을 보여주는 극입니다. 안재영 배우님이 살아가며 들었던, 기억에 남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있나요?
많아요. 사실 배우를 하면서 ‘공연 잘 봤다’는 이야기가 가장 힘이 되고, 무대에 서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 같고, 한 발 나가게 하는 힘이 돼요. 특히 요즘에는 그런 말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쯔베레프 같은 연기 선생님이 계셨어요. 저는 쯔베레프 선생님을 보면서 형들이 엄격하다고 막말할 때, 하나도 엄격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대사를 살짝 씹으면 바로 나가셨어요. 제가 초반에 연기를 배울 때는 압박 속에서 배웠어요. 아직도 선생님께서 ‘재영아 잘했어’ 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하셨어요. 그런데 딱 한 번,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라고 말하셨는데 정말 인상 깊었거든요. 원래는 “좋았어.” “잘했어, 내일도 이 시간에 오도록.” 이런 식의 대사였는데, 내가 봤을 땐 그렇게 하는 것 보다 오히려 “나쁘지 않았어.”라고 하는 게 더 소중한 말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 장면에서 많이 생각이 나요.
(정동화 배우) 실제로 이 ‘나쁘지 않았어’라는 말이 무대에 서는 분들이 많이 듣는 말일 거예요. 사실 연습과정에서 칭찬을 듣기가 어려워요. 우리는 계속 창조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칭찬을 받기가 쉽지 않아요. 항상 그래서 ‘나쁘지 않고, 다른 것도 해보자’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 여러 분들이 공연 끝나고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는 게 힘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저희 배우들은 좋은 작품, 좋은 공연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달려가잖아요. 항상 어떻게 해야 관객 분들이 좋다고 하실까. 우리는 잘 했다고 했는데 관객 분들은 별로였다고 하시는 날들도 있고. 그래서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⑥ 이범재 피아니스트님께. 엄청나게 아름다운 연주들 중에 피아니스트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다 좋아요. 굳이 한 군데를 꼽자면 초연과 많이 달라진 부분 중에서, 라흐마니노프가 누나 이야기를 하고 달 박사님이 무반주로 허밍하면서 다가갈 때 배경으로 깔리는 ‘엘레나’ 반주가 너무 좋아요.
⑦ 정동화 배우님께. 첫 등장 목소리에서 반했습니다. 극 중 목소리와 인터뷰 목소리가 다르시더라고요. 멋진 목소리를 연기하시는지요?
목소리 연기를 하는 걸 수도 있죠. 일상생활에서도 이렇게 애기하지만 무대에서는 조금 더 정리해서 말하는 톤을 준비하기는 하죠. 제 목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특히 다른 역할보다 달 역할을 할 때 목을 많이 풀고 가다듬어요. 왜냐하면 달 박사라는 역할이 라흐마니노프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주는 힘이 크다고 들었어요. 라흐마니노프에게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목소리가 좋지 않다면, 저부터도 굉장히 집중이 안 될 것 같은 우려가 있어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목을 많이 풀고 들어오려고 노력해요.
⑧ 배우님들과 피아니스트님께. 원래 클래식음악을 들으시나요? 즐겨 들으신다면 하나만 주천 해주세요.
이범재 피아니스트: 개인적으로 저는 모차르트를 좋아해요. 간결하고 딱딱 떨어지는 느낌의 곡을 좋아해서 모차르트를 좋아해요. 소나타가 다 좋아요. 한 곡을 찍어서 말씀드리기가 애매 합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들어보세요.
안재영 배우: 대답이 진부할 수도 있는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마지막 부분을 너무 좋아해요. 요즘은 공연을 하기 때문에 많이 안 듣기는 해요. 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요즘은 전통음악을 좋아해요. ‘사철가’ 같은 곡을 좋아해요.
정동화 배우: 쇼팽의 녹턴을 정말 좋아해요.
⑨ 관객과의 대화 소감
이범재 피아니스트: 작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저희 라흐마니노프를 사랑해 주셨어요. 제가 피아니스트로서 다시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해 준 작품인 것 같아요. 열심히 연주해서 여러분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선물 드리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동화 배우: 작년에도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인생의 조력자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나요. 여전히 이 작품뿐만이 아니고 늘 이 순간을 함께 해주시는 관객 여러분들이 인생의 조력자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라흐마니노프를 다시 하게 되어서 행복하고 기쁩니다. 얼마 안 남은 저희 공연 끝까지 매회 최선을 다해서 감동과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답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재영 배우: 요즘 한 회 한 회를 마치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아, 오늘 공연은 평생 돌아오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캐스트도 달라지고 한 자리 한 자리 앉아있는 관객 분들도 달라지는 것처럼, 이 공기는 우리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만드는 것 같아요. 어제의 제가 다르고 내일의 제가 다를 텐데. 절대로 오늘은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한 회 한회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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