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06 관객과의 대화
with 김도현 배우, 이주광 배우, 기세중 배우, 성종완 연출
먼저, 각자 관객 여러분들께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종완 안녕하세요, 연출 성종완입니다.
이주광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니싱에서 케이 역할을 맡고 있는 이주광입니다.
김도현 안녕하세요, 김의신 역할의 배우 김도현입니다.
기세중 안녕하세요, 명렬 역할을 맡은 기세중입니다.
<사전 질문>
그럼 바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처음 배니싱 대본을 읽어보고, 김도현 배우님께서는 ‘소재가 신선해서 그 신선함이 작품 안에 잘 어우러지면 좋겠다’, 이주광 배우님께서는 ‘이를 어쩌지?’라는 반응을 주셨는데요. 각자 자신만의 의신, 케이, 명렬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신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한 분씩 부탁드립니다.
기세중 저는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극 전체가 굉장히 쓸쓸하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이제 연출님이랑 테이블 리딩 할 때부터 얘기했던 말인데, 저는 제 명렬이 마지막에 정말 쓸쓸하고 고독하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포커스를 그 쪽으로 많이 맞췄고, 그러다 보니까 중간에 제 캐릭터가 하는 말들이, 정말 진심으로 형을 좋아했고 진심으로 형을 존경했고, 그런데 형의 모습에, 형이 변하는 모습에 나는 그거에 실망해서, ‘나는 형을 존경했으니까 나는 그 자리에 가야지.’ 정말 순수한 캐릭터로 접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전 많이 했어요. 처음에 받았던 이미지는, 전 이게 제일 큰 이미지였습니다.
김도현 가치를 말씀하셔야 됩니다.
기세중 가치. 죄송해요. 제가 요즘 좀 멍청해가지고… (웃음) 가치는… 가치는… (김도현 배우에게) 한 번 말씀하고 오시면?
김도현 한 번 돌아갔다가 올까요? (기세중 네. 한 번 돌아갔다 오시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하나씩 하나씩? (기세중 네.) 어… 제가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소재가 너무 신선해요.’라고 얘기를 했었던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뱀파이어가 나오는데, 뱀파이어를 뱀파이어 취급을 안 해주니까. 그게 너무 신선했어요, 개인적으로. 그리고 연출님께도 초반에 제가 말씀을 드렸었던, 건의를 드렸었던 부분 중에 하나가, 저는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는 의학드라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호러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성이 배경이다 보니까 또 하나는 역사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세 가지가 아닌, 인간의 휴먼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얘기로 저의 생각을 시작을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계속 갖고 있었던 의신으로서의 흐름은 그냥 사랑하고, 싸우고, 이해하자. 이 세 가지만 정확히 지키면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이주광 저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케이가 너무 오래 살았던 사람이잖아요, 혼자서. 그래서…. 정말 그 정도 오래 혼자서 고립되어서 살면, 그리고 인간이었지만 인간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 그게 얼마나 오랜 세월 축적되고 그렇게 쌓여 오면, 과연 인간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까. 아예 정반대의 인격이 될까, 아니면 다시 그거를, (인간으로서의) 어떤 한 부분을 유지하려고 할까.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했고요. 그래서 표현하려면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되게 상투적인 어떤… 이빨이, 송곳니가 나오고, 눈이 빨개지고, 막 이런…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고. 그리고 병으로 인식하고 있는, 인지하고 있는 의신과의 합에서 나 혼자 으르렁대봤자 받아주는 사람이 이렇게 받아주니까. 케이 입장에서는 이게 너무 차이가 나도 언밸런스해지고, 뭔가… 저 혼자 쇼하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밸런스를 조절하는 게 제가 제일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극에서) 보이지 않는, 대사도 많지 않은 상황 안에서 얼마만큼 전사를 쌓아 왔을 때, 보시는 관객 분들이 그냥 서 있는 것만 봐도, 혹은 저 사람의 한 마디만 들어도 세월이 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세중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는,
김도현 말씀해 주세요.
기세중 예, 아 이게 급조한 게 아니라 생각했던 건데.
김도현 확실하죠? (웃음)
기세중 가치라는 말이 조금 모호하긴 한데, 한 번 얘기해 볼게요. 맞는지 한 번 들어봐주세요. 이게, 각자 다른 꿈을 꾸고 있잖아요. 의신은 의학 쪽에, 인간의 생명에 대한 꿈. 케이는 이제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꿈을 꿀 수도 있고, 약간 베일에 싸여진 캐릭터니까. 그리고 저는 인정받고 싶은 꿈. 그게 굉장히 좀 공감이 갔거든요.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꿈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내가 지금 꾸고 있는 꿈이 그걸 이루어냈을 때 정말 원하던 꿈이 맞을까?’ 약간 이런 느낌. 어렸을 때, 고등학교 때 내가 어른이 진짜 빨리 되고 싶은데, 내가 어른이 막상 됐을 땐 ‘내가 원했던 어른이 맞나?’ 이런 느낌… 괜찮아요?
김도현 급조한 것 같아. (웃음)
기세중 네, (웃음) 아무튼 그쪽으로 저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성종완 나는 좋아요.
기세중 괜찮아요? (웃음)
김도현 아, 가치 차롄가? 가치 하는 차례지? 제가 생각했던 의신이의 가치는 연출님께서 많이 힌트를 주셨던 부분인데, ‘왼손에 대한 이해’였어요. 제가 실제로 왼손잡이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여러분들 왼손잡이의 삶을 이해하시나요? 일상에서 되게 흔해요. 가위. 가위의 이 방향이 오른손용으로 되어 있어요. (기세중 맞아.) 왼손으로 잡으면 되게 아파요. 그리고 남자들 군대 가면 사격을 하죠. 사격을 하면 총알이 뿅뿅 나와요. 총알이 이쪽(오른쪽)으로 나오거든요, 총이 있으면. 보통 오른손잡이는 이렇게 쏘면, 총알이 절로 가니까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전 이렇게 쏘니까 눈앞으로 파파팍! 지나가요. 여기다 더하면, 방독면을 쓰잖아요. 그럼 정화통이 여기(왼쪽에) 붙어 있어요. 그러면 얼굴이 이렇게 돼요. (고개를 왼쪽으로 꺾는 자세 재연) 총알은 (제 눈 앞으로) 이렇게 나와요. 이것이 다,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지금 우리 작품에서, 왼손은 어떻게 보면 케이겠죠. 저는 오른손의 끝에 가 있는 사람이겠죠. 케이가 저한테 마음을 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그런 부분이었어요. 케이가 저한테 마음을 여는 힘이 뭘까. 여태까지 케이들의 분석에 의하면 삼백 년 이상 살았다고 하는데, 그 동안 아무도 마음을 같이 공유하지 못했는데 의신에게 이렇게 큰 사랑을 주는 이유가 뭘까, 라고 한다면 의신이 차차 차차 차차 마음을 열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 방에! 한 방에 그 왼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가가 주려고 했었던 것. 왼손에 대한 이해, 오른손잡이로서?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 급조한 티 안 나지?
기세중 저보다는. (웃음)
김도현 감사합니다.
이주광 케이의 가치… 케이는 정말로 어떤, 그… 정말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서 누구와 소통하지 못한 채 계속 소멸해 가는, 몸은 남아 있지만 계속 소멸해 가는 삶을 살고 있어서, 의신과의 첫 만남이 시작된 것부터 새로운 가치가 생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나타나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영원히 살고 있으니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될 때, 정말… 내게, 웃음을 잃었는데 웃음이라는 게 있고, 가장 평범했던, 가장 일상 안에서, 가장 행복할 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고. 보통은 나를 보자마자 도망치거나 해하려 하거나, 여러 사람들을 불러서 곤란하게 하거나, 그래왔다면. 의신은 정말로 병으로 생각하고, 나를 도와주려고 했고, 이름을 지어 줬고, 네. 이해하려고 다가와 주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게 이해이기 때문에. 케이에게 의신이 ‘이해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때부터 케이는 모든 것이 다 사실 시작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캐릭터에 대해서 연출님께도 질문 드릴게요. 어떤 관객 분께서 뱀파이어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질환을 가진 환자로 접근한 부분이 신선해서 재밌게 보고 있다고.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고독하지만 남들보다 월등한 힘을 갖추고 있는 게 흔히 알고 있는 뱀파이어의 이미지인데, 케이는 어리숙하고 세상 문물을 접하지 못한 늑대 소년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약간의 능력은 있지만,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하고 질문 주셨습니다.
성종완 저희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고요. 제일 처음에는 실제 조선 최초의 뱀파이어가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에서 출발했고. 함께 작가님과 만들어 갈 때에는 의신과 대비시켜주고 싶었어요. 의신이 굉장히, 인간이 만든 가치들에 대해서 굉장히, 훨씬 지적이고, 좀 더 많은… 아까 가치 얘기도 나왔는데, 가치를 두고 있잖아요. 그에 반해서 케이는 좀 더 자연이 가져다주는 어떤 섭리나, 어떤 다른 부분에서 서로 차이가 있길 바랐거든요. 사실 다른 작품에서는, 뱀파이어를 굉장히 지적으로 표현하는 작품들도 많잖아요. 워낙 오랜 세월을 살았으니, 인간이 쌓아 온 책에서든 경험으로든, 굉장히 지적인 존재로…. 그런데 되게 바보처럼 보일…? 아, 그런 순간들이 있죠.
이주광 (빤히 쳐다봄)
성종완 근데… 실제로… 케이는 굉장히 똑똑해요. (웃음) 몰라서 막, 그런 행동들을 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좀 더, 인간의 감각과 인간의 감정이 아닌 쪽에서. 의신과 케이의 구분을 주는. 그래서 그 말이 되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존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존재였더라. 이것이 저희가 다루고 있는 큰 (주제인) 거잖아요. ‘타자화’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다른 이질적인 부분들을 조금 부각시켜서 공동체에서 소외시켜 버리는. 그런 행동들을 우리 인간들이 하잖아요. 저도 옛날에, 저는 옛날에 반공 교육을 받았던 세대인데. 공산당, 북한 사람들을 늑대로 묘사했었거든요. 어린 나이에 실제 늑대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 보면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요새는 또 영화 같은 데서 조선족 분들을 무섭게 묘사하잖아요. 사실 개인의 차이인데, ‘아, 조선족은 이럴 거야.’ “내가 누군지 아니?” 막 이러면서, 선규 형님 상 받으신 거 축하드리는데. (기세중 갑자기?!) 어쨌든 그런 ‘타자화’로. 우리가 멀리 가지 않아도, 예를 들어서 ‘김도현 배우 어때?’ 그러면 ‘어우~ 좀 그런데.’ 직접 만나보면 되게 좋으신 분인데… 농담입니다. 어떤 그런 일들을 우리가 겪고 있는데, 실제 ‘지나치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마주치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조금 대비를 뒀던 부분이고.
조금 더 얘기해도 돼요? 그런 면에서 조금 더 경계에서 만나게 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시간도 새벽. 밤도 아닌, 아침도 아닌 새벽에. 그리고 이런 폐가, 인간이 만든 공간도 아닌, 자연이 만든 공간도 아닌. 그 경계에 놓인 시간과 장소에서 경계를 넘어서 만나게끔 해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경계를 넘어서 손을 뻗고, 터치를 하고…. 공포의 대상이 아닌, (케이가) 어떤 면에선 되게 취약한 약자잖아요. 햇빛에 노출되어서… 그리고 한 번의 터치와 ‘내가 도와줄게’라는 찰나의 한마디를 듣고 찾아갈 정도로 굉장히 결핍되어 있고 억압되어 있는 존재들이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 되게 중요했던, 저와 작가님께도 중요했고, 우리 팀에게 중요했던 내용인 것 같습니다.
케이한테 질문 드릴게요. 케이는 삼백 년 이상 살아온 캐릭터인데요, 차가운 뱀파이어에게 물리고 난 직후에는 어떻게 됐을까요? 물린 후, 케이가 산 속 폐가로 도망을 오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주광 일단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요. 일단 물리고 난 다음에, 너무… 혹은 의신 이상으로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뿌리치고 뛰쳐나와서, 일단 가장 가까운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숨었을 텐데… 제가 생각했던 건 그 근방의 어부의 집이었는데, 그 어부가 저를 자고 갈 수 있게 했는데, 저도 모르게 정신을 차려 보니까 그 어부를 흡혈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충격적이라서 케이는 다시 거길 벗어나게 되죠. 그 지역이 시끄럽게 되고. 집으로 갔는데 집으로 갈 수가 없더라고요. 이미 제 몸상태는 더 괴물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본능으로 움직이는 상태로 바뀌었기 때문에 집으로 갔지만 그 이후로 집으로 갈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이 날 마주칠 때마다 비명을 지르고 놀라는, 그런 장면이 되었고. 계속 숨어 살 수밖에 없게 되었죠. 그래서 몰래, 밤에만 활동할 수 있는 걸 알게 된 다음에 괴로워하다가 자기 집을 기웃거리거나, 부모님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그냥 밤에 멀리서 지켜보고. 정혼자가 있었으면, 나와 정혼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는 걸 멀리서 구경하고, 그 사람이 병을 얻어 죽더라도 무덤가에서 혼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그냥 홀로. 그 밤에는 사람들이 안 돌아다니니까요. 그렇게 하다가, 고치려고도 노력을 해보기도 하고 했지만,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가 점점 도망 다니고, 점점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게 되고. 안 그러면 살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하다가… 네, 그 폐가까지 가게 된 거예요. (사회자 끝나신 거예요?) 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요.
성종완 기억 안 나는 부분에 작가님과 나눴던 얘기 조금 보태드리면, 작가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삼백 년 전의 부잣집, 꿈도 포부도 많았던 부잣집 자제였던 아무개가 되게 신나게 항구에 가서 이양인들과 교류하다가 거기에 속해 있던 뱀파이어에게 흡혈을 당한 이후에, 그와 함께 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홀로 되었을 때, 그 이후로 소문이 났겠죠. 아무개가 미쳤더라, 혹은 귀신이 씌었더라. 여기서부터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인간의 어떤, 소외시키는 그런 행동들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근데 그런 생각도 해 봐요. 얘를 어떻게든 인정하고, 서로서로 피를 나눠서 얘를 함께 구성원으로 살아갔으면 어땠을까. 그것도 가능한 일이잖아요, 사실은. 우리가 좀 더 생각을, 그쪽으로 쓴다면. 그런데 어쨌든, 인간의 본성대로 얘를 배척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그리고 가족들이 절에 숨겼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어쨌든 거기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뭔가 사건이 있었겠죠? 누군가가 희생당하고, 쫓기고 쫓겨서, 그 사이에 부모도 내가 알았던 사람도 한 명씩 사라져 갔겠죠. 그리고 나라의 흥망성쇠도 다 지켜보고, 일제강점기까지 지켜보는 와중에 점점 더 인간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감각도 감정도 멀어져 가는 과정이지 않았을까, 라고 얘기를 나눴고. 배우들한테 한 번 공유한 일이 있습니다.
저희 배니싱은 한 캐릭터에 두 명의 배우가 연기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두 배우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데, 특히 두 의신의 V인자에 대한 설명이 다른 점하고 김도현 배우님만의 콜레라 관련 대사를 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도현 네. 많은 분들이 공연 끝나고 질문을 해 주셨던 것 같아요, 지난 한 달 동안. 일단 저의 전제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그 V인자 설명이 원래 대본입니다. 원래 그 대사로 나왔었어요. 그래서 그걸로 한참 연습을 하고 있었던 과정 중에 어떤 더… 조금 의학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던 동료 배우인 우리 녹이 씨가, ‘이러한 내용은 어떻겠냐?’라는 얘기를 했었죠. 그래서 ‘어, 이것도 되게 좋다.’ 되게 좋은데, 저는 그 대사에 이미 호흡을 더 많이 맞춰 놓은 상태였어요. 그리고 의학적으로 이 작품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드라마는 의학 드라마가 아니다, 그리고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있는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등장하고 있고, 그의 혈액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 라는 설정만으로 이미 이 혈액의 구성, 모양 자체는 사실 우리가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고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이것이 현대 의학과 얼마만큼 더 치밀하게 개연성이 있고 더 사실적인지, 그것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생각인데 저는 일단 기존의 대사를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그 호흡 안에서 리듬을 찾고 있었고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었던 거는, 사실 앞 대사에서도 있어요. ‘느낌이라는 게 결국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CRH의 영향을 받아…’ 원래는 ‘부신에서 생성되는 코르티솔로 인해서 혈압 상승…’ 이게 있어요. 그런데 저는 사실, 그 내용은, 여러분 말해도 몰라요, 사실 일반 사람들은. 말해도 모르고, 중요한 건 하여튼 어디서 분비되는 뭐 때문에 이게 심장 박동이 증가되는 느낌일 뿐이다, 라는 거죠. 여기서 제가 배우로서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거는 극적 라임입니다. 뭐뭐뭐뭐 뭐뭐하는 게 뭐뭐뭐뭐 뭐뭐해서, 뭐뭐뭐뭐 뭐뭐하고 있는데 그게 무서우면 너 혼자 가, 나는 오늘 이거 할 거야! 따라라 라라라 라라라~ 후!
제가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건, 뮤지컬 배니싱입니다. 뮤지컬 배니싱에서 어느 정도 정보선상까지 여러분과 소통을 하고, 어느 정도 이론이면 여러분들이 납득해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보 전달이면 가능하다, 충분히 괜찮다, 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의학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드라마는 휴머니즘이기 때문에 이 뮤지컬적인 어떤 리듬, 이런 것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V인자에 대한 설명은 그렇게 생각을 했었고요. 그리고 실제로 의사, 혈액 관련된 의사이신 분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두 가지 다. 저희 극에 나오는.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 뭘로 해도 말은 안 되는데, 뭘로 해도 말이 안 돼 이럴 일이 없는데, 굳이 뭐 하겠다고 하면은, 뭐, 그래 뭐 둘 다 말은 돼 라고 일단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쨌든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CRH의 영향 그 대사도 그렇고, 이 V인자도 그렇고,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뽁! 뽁! 뽁! 예, 이런 것들. 이런 어떤 리드미컬한 라임을 통해서 여러분들과 조금 더, 초반 장면에서 조금 더 친숙해지고 조금 더 마음을 열게 만들고, 그래서 후반에 이랬던 애가 흡혈귀로 변해가는 과정이 조금 더 안타깝게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던 어떤 그런 쪽에 저는 포커스를 맞췄던 거고요.
실제로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의신이란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속에서 상상하고 있었던 캐릭터는, 여러분들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랬었어요. <세 얼간이> 보셨어요? <세 얼간이>의 그 리더, 기억나세요? 저는 사실은 그 아이, 그런 천재를 가슴 속에 좀 담고 연기를 했어요. 물론 <세 얼간이>는 끝까지 해피엔딩으로 가지만, 그 아이가 만약 흡혈귀가 된다면 어떤 모습이 나올까요? 저는 뭐, 제가 했던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약간 그런 느낌으로, 좀 밝은 기운으로 시작해서 점점점점 어두워가는, 그런 거를 포커스를 맞췄었고.
콜레라 부분 같은 경우에는, 되게 명확해요. 콜레라는 이제 제가 찾아온 내용이긴 한데, 저희 부모님이 콜레라로 돌아가셨다고 했고, 부모님이 콜레라로 돌아가셨는데 사람들이 귀신이네, 귀신이 뭐뭐한 병이네, 이러면서 팥죽을 뿌리고 굿을 했네, 그러면서 처참하게 돌아가셨네, 그런 유년시절을 보냈던 아이가 부모님의 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를 리 없다 라는 생각에서. 그런데 호열자를 전 사실 몰랐어요, 제가 무식해서 그런지. (주위 배우들에게) 야, 너 호열자 알았어? 넌 호열자 알았어? ‘호열자가 아니라 콜레라!’ 이게 무슨 얘긴지 잘 몰랐었어요, 사실. ‘호열자가 아니라 콜레라’가 뭐지? 호열자가 아니라… 그러니까 병이, 호열자라는 병이 있고 콜레라가 있는데, ‘아 그게 호열자가 아니라 콜레라라는 병, 이건가?’ 그래서 찾아본 거예요, 사실 되게 무식해서. 그런데 아, 콜레라의 발음을 잘못한 게 호열자구나. 중국어로는 뭐, [hǔlièlà] 이렇게 하나 보죠? 그게 한자로 쓰면 호열랄이래요. 그런데 그 ‘랄剌’ 자를, 조선시대에 우리나라로 넘어올 때 ‘자刺’ 자로 잘못 표기를 했대요. 그래서 호열자가 된 거래요. 그런데 사람들은 다 호열자 호열자 호열자, 호열자 걸렸어,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저희 부모님도 당시 사람들은 호열자 걸렸다고 얘기를 했겠죠. 그 병에 대해서 의학도가 되면서 알아보는 과정 중에, 호열자라는 자체가 잘못된 표기라는 걸 알게 되고 콜레라가 무슨 병인지 연구를 했겠죠. 그러면서 그, 호열자라고 말하는 사람들한테 약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처럼, 저와 같은 지적 수준을 갖고 계신 분들한테 콜레라, ‘호열자가 아니라 콜레라!’를 설명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마치 자기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이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하여튼 그런 의도가 있었다는 거.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종완 어제 관객과의 대화를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연습실에서 두 의신이 이렇게 설명을 하면, 두 말이 다 맞는 거예요. 도현이 형 하시는 의신을 보면 마치 인터넷 강의 듣는 것 같기도 하고. 귀에 쏙쏙, 뽁뽁 하면서 귀에 잘 들어와서. (웃음)
김도현 일단 의사 선생님께서, 둘 다 말은 안 된다고 하셨어요! 둘 다 말은 안 되는데, 굳이 하자면 둘 다 맞다, 뭐 이렇게 해 주셨기 때문에, 뭐…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케이가 처음 폐가에서 의신을 만나고 그날 밤 바로 의신을 찾아가잖아요. 의신을 찾아간 이유와 찾아갔을 때의 심정이 궁금합니다.
이주광 아까 연출님이 말씀하신 것과 합쳐지는데…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가 나만의 공간에 왔고 침범을 했고, 그런데 햇빛까지 비춰져서 내 몸이 타들어가고, 그런데 위협을 했음에도 갑자기 다가와서 자기 의사라고, 고치겠다고 하면서 제 몸에 터치까지 하는… 그게 있을 수가 없는 건데. 그게 너무 괴롭기도 하고, 근데. 여러 감정이에요. 저는 좀 그 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이게 어쨌든 상처가 됐고, 물리적인 상처로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효과가 눈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다가 ‘방금 뭐지?’ 하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무언가가 후딱 지나가버린, 어떤 온기 같은 게 느껴지고. 그래서. 찾아오랬으니까 찾아가야겠다. 하지만, 일단 내가 있는 곳을 알고, 저 두 명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가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까 찾아가서 한번 들어보고, 내가 듣고 싶은 그게 아니다 그러면은 죽여야겠다 란 생각을 했어요. 죽이러 간 겁니다. 네. 전 죽이러 갔다가, 부모님 콜레라… 뭐 하나하나씩, 자기가 ‘꼭 고칠 수 있습니다’라고,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저를 인간이라고 해줬기 때문에. 그 알 수 없는 믿음과 기대감을 갖게 됐고, 비밀 연구가 시작된 거죠.
성종완 그런 면에서 의신은 편견이 없었던 거죠. 케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어제 관객과의 대화 현장 질문에서도 나왔던 질문인데요, 명렬이 응급 수술 후에 메스를 경찰들에게 넘겨주고 나서 방에 와서 의신한테 도망치라고 소리를 지르잖아요. 그 장면이 의도한 게 무엇인지? 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이 장면에 대해 연출님과 기세중 배우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연출님 먼저 말씀해주시겠어요?
성종완 네. 뭐, 어제 용규배우님도 말씀을 해주셨고. 사실은 명렬이 의신을, 의신과의 그 긴 관계 속에서 어릴 때는 굉장히, 유년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좀 우리끼리 나눴는데, 굉장히 형을 잘 따랐고, 사실은 의신의 의학 공부도 명렬의 집안에 의해서, 명렬의 많은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첫 장면의 시체 해부 자체도 명렬에 의해서, 명렬의 도움으로. 많은 부분을 사실 명렬이 의신에게 도움을 주고… 사실 명렬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 어느 순간 ‘아, 나도…’ 아까 가치에 대해 설명하실 때 저는 아주 굉장히 인상 깊게 잘 들었는데, ‘아, 내가 어른이 되면 이런 어른이 되고 싶어.’ 그런데 막상 됐을 때 뭔가 결핍되어 있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어떤 갈망들? 그런 것들이 시작되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 시점을 극이 시작되기 이전으로 봤고. 그래서 처음에 관객 분들이 굉장히, 명렬이 의신한테 살갑게 굴고 다정하게 굴고 하는 그 순간에도 저는 이미 욕망이 시작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시작된 상황으로 보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배우들에게도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런데, 모르겠어요. 거기서 물론 표현을 할 때에 그런 것들을 가지고 가는 것과 또 그냥 안에 갖고서 하는 것과… 그거는 배우들의 선택이었는데. 이미 욕망은 극이 시작되기 전에 싹이 트고 있었고, 그것이 어떤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점점점점 증폭되는 과정이었거든요.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욕망’, 첫 번째 명렬의 솔로에서 이미 그 고백을 하고 있고.
사회자 운명, 운명…
성종완 네?
사회자 나에게 주어진 운명.
성종완 운명인가요? (이주광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형에게… 처음에 조금씩 떠보면서, 확인하면서 되는 과정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텍스트적으로 조금 더 명렬이 변화되는 과정을 더 설명해 주지 못한, 설명이라기보다 잘 다루어 주지 못한 부분이 조금 아쉬움이 남는데요. 그런 부분을 너무 배우분들이 잘 표현을 해주셔서 그래도,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음엔 조금 더… 아주 섬세하게 다뤄 볼 만한 부분인 것 같아요.
기세중 배우님은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기세중 아… 일단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냥 의신이 형이 어떻게 할지가 궁금했어요. 이 말을 했을 때. 왜냐면 사실은 그 전에 계속 명렬이가, 약간, 좀 은어지만, 니쥬 깐다고 하죠. (웃음)
김도현 많이 은어예요.
기세중 많이 은어예요? 그러면 뭐, 대체될만한 거 있나요?
성종완 떠본다?
기세중 떠본다! 약간 떠보는, 판을 깐다고 하면… 그것도 은어인가? 판을 깔잖아요. (성종완 괜찮아, 판을 깐다 괜찮아.) 판을 깐다 괜찮아요? 명렬이가 의신이 형의 말로 인해서 ‘감히 나를?!’ 약간 이렇게 되어가지고, 이제 소문을… 아 이거는 뒤에 질문이 있는데 얘기하면 안되는데… 소문에 대해서 어떻게 해서 그 판을 깔고, 그 전에는 명렬이가 했지만 내가 이거를 판을 깔고 던져줬을 때 의신이 형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제가 여태까지 한 것에 대한 정리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형! 밖에 경찰들이 왔어. 나 때문에 온 거지만. 형! 도망쳐야 돼! 어떻게 할 거야?’ 아니면 ‘형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대! 미안, 나 때문이야! 근데, 어떻게 할 거야?’ 그런데 도망쳤어. 그러면 답은 거의 나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거를 저는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목소리는 밖에서, 안 보이지만, ‘형! 어떡해! (다급)’ 이럴 것 같지만 밖에선 되게 온화하게 있거든요. ‘형! 와아악! 왁! 와악! (평온)’ 사실 그냥 이러고만 있거든요. 그러니까 조금…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던 (이주광 귀여워.) 말인 것 같아요.
그럼 이게 다음 질문에 조금 이어서 될 것 같은데, 명렬은 극 초반부터 의신바라기로 세상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데 ‘병원의 소문’ 넘버를 부를 때는 미소를 지으신다고…
기세중 네.
그래서 소문을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형이 곤란에 처한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소문을 명렬이 낸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기세중 아… 이게 공연 때마다 살짝씩 달라요. 이걸 똑같이 정해 놓지는 않았거든요. 제가 소문을 냈다… 그런데 거의 마지막은 똑같지만, 시작이, 예를 들어 도현이 형이 저를 “야, 너 빠져!” 하고, 뭐 ‘위험해’ 이런 (걱정하는) 뉘앙스 없이 “야, 너 빠져!” 이러고 계속 강하게 밀어내면, 거기 시작이 처음에는 진짜로 사람들이 낸 소문들로 갔다가, 결과적으로는 사람을 죽였을 거고, 쥐를 먹었고, 그거(후반부)는 결과적으로 제가 낸 거. 저는 제가 냈다, 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처음에 푸쉬가 강하게 들어왔을 때는 처음부터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인 소문을 제가 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형이 약하게 밀어내고, 약간… 약간 저도 어느 정도의 여지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이 되면, 그… 사람들이 내고 있는 소문 안에서 저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그러니까, 물이 100리터 들어가는 컵에 99리터가 들어가 있나, 95리터 들어가 있나, 이 차이인 것 같아요, 이 노래의 사이가. 그래서 99리터가 들어가 있으면 시작하자마자 1리터 넣고 바로 넘쳐서 나오는 거고, 95리터가 들어가 있으면 아 쪼끔 5리터 좀 더 넣고 그 다음 넘치는 거, 약간 이런 차이라고. 결과적으로는 그 소문을 제가 낸 거라고… 쉽지 않아요? 아무튼 제가 소문을 내고 그 소문을 낸 거에 대해서 ‘그럼 난 이제 이 소문을 냈으니까 어떻게 할까, 내가 원하던 거를 이제 해야겠네.’라는. 제 답변이었습니다.
김도현 잘한다…잘한다.
마지막에 의신이가 명렬이를 물기 전에 ‘미안하다.’라고 말을 하는데요, 무엇 때문에 미안함을 느끼는 건지, 의신이가 시작한 연구만 아니었으면 명렬이가 이렇게 나쁜 아이가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었을지, 그게 궁금하고요. 명렬이가 의신이한테 가족 같은 존재였을 텐데, 물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합니다.
김도현 일단 사람이 모든 행동을 할 때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일단 어떤 감정에 대해서 가는 게, 일단 크겠죠. 특히 우리 그 씬 같은 경우엔. 그런데 뭐, 가족 같은 동생? 예, 가족 같은 동생 맞죠. 그런데 이미 엄청난 배신을 했죠. 이미 엄청난 배신을 한 상태고, 그리고 의신이가 연구하고자 하는 것은 V인자를, 원래 최초에 연구를 하고 싶었던 건 아마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케이의 혈액 속에 담긴 이 신기한 능력, 특히 재생능력. 재생능력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은 사실은 그렇게 좋지 않은 능력이겠죠, 예. 그 재생능력. 그래서 이것도 바로 촤아악~! 막 이런 (극적인) 재생보다도, 이것을 예를 들면 한 방울 정도, 식후 30분에 먹어 주면 오늘 까졌던 상처가 내일 낫는다든지. 굉장히 좋지 않을까요, 정말로? 교통사고가 나신 분한테 요거를, 예를 들면 링거로 한 두 시간 맞아 주면 세 시간 후에 완치가 된다든지. 얼마나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생기겠어요. 그런 정도의 연구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을, 만약에… 케이와 똑같은 능력을 줄 수 있는 어떤 약품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을 의신이가 유통에 찬성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 정도 선상을 원했겠죠.
그런데 지금, 이 친구(명렬)가 원하는 것은 사실 너무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는, 어쩌면 이 지구 생명체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할 수 있는 그런… 왜, 영화 보면 많이 나오잖아요. SF 영화 같은 데 보면. 하면 안 될 연구를 해야 되는. 뭐 그런 친구라고 판단이 되겠죠. 너무 위험한 판단이고. 그러나 물 수밖에 없고, 심지어 케이한테 칼까지 꽂았고, 물론 다시 살아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칼까지 꽂고…. 이 친구는 이제 갈 데까지 갔구나. 이제 뇌가 없구나, 이 친구는. 탐욕과, 이런 걸로 지금 빠져 들어가고 있는 동생이니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력으로 이 친구를 제압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뱀파이어가 된, 그것도 몇 년 뱀파이어로 산 의신이가, 이 순간에 그럼 총을 쏴야 맞을지, 칼을 찔러야 맞을지, 망치로 머리를 때려야 될지, 여러 가지, 이 얘기를 실제로 했어요. 어떻게 얘를 무력으로 제압을 할까. 그런데 그래도 뱀파이어니까. 그리고 뱀파이어로서 살아왔으니까. 무기를 사용하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그 순간의 어떤 분노와 어떤 것들이 본능적으로 뱀파이어스럽게 무력 제압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을 해서 그렇게 하는 거고요. 그런데 무는 거 자체는 미안하긴 미안하잖아요. 그래도 과거에, 저랑 좋았던 사인데, 이 친구. 현실에, 왜, 고등학교 친구 중에서 제일 친했던 친군데 지금 사이 좀 껄끄러운 친구 한두 명쯤 있지 않나요? 그러실 수 있잖아요, 일상에서 그럴 수 있잖아요. 그런 동생인 거죠, 예를 들면. 과거 제일 아꼈던 동생인데 현재에서 원수가 되어 있는, 처단해야만 하는 그런 친구가 되어 있으니까. 물긴 물었는데 미안하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뭐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의신이 케이에게 진짜 이름을 묻는 장면에서 케이라고 대답을 하잖아요. 케이에게 케이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가 있었길래 그렇게 대답했을지 궁금합니다.
이주광 나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줬고, 어… 모르겠어요. 저는, 저는 그렇게 설정한 게. 처음에는 서로가 케이의 원래 이름을 찾으려고, 서로가 지어 주기도 하고. 도현이 형은 만득인가?
김도현 김만복 씨.
이주광 만득아~ 막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김도현 조선시대 분이니까, 좀 조선스러운 이름으로. 요즘에야 뭐…
이주광 만식아, 뭐 이런 걸 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에는 케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자기를 기억해 주고 자기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가 점점 시간이, 세월이 지나면서 자기를 기억해 주는, 혹은 자기를 호명했던 사람들이 점점점점점점 사라지고, 정말 이젠 나를, 나의 존재를 다 모르고, 시간이 지나고, 백 년이 지나고… 또 백 년이 지나고… 그랬을 때, 누구한테도 내 이름을 얘기할 수도 없는, 점점 그런 기억이 지워져 갔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났을 것 같아요. 그저 본능만 남은. 하지만 딱, 사냥을 할 때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 정도? 그래야 되니까.
그래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나에게 케이라는 이름을 주었고, 날 가장 이해하려고 했고, 그때부터 저는, 너무 오래 살았지만 그것도 잊은 채 되게 오래… 아니, 뭔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잠시라도 느낄 수 있었고. 제가 이름을 마지막으로 케이라고 부른 이유는… 내 이름이니까. 그게 내 이름이니까. 내가 기억하는 나의 이름. 그리고 나를 불러주는 나의 이름. 음, 그리고, 저에게 의미가 되게 컸고, 또 저는 그게…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까지, 결국 이 마지막을 향해서 달려온 건데, ‘너 이름이 뭐야?’라고, 의신도 그 때 물어봤을 정도로,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던 거거든요. 하지만 그것도 좋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냥 함께 있는 게 중요한 거였으니까. 날 이해한다는 게 중요했으니까. 내가 이름이 뭐든… 의신이 준 이름이. 그래서 케이라고 했던 거예요.
김도현 (주광케이 답변만) 끝나면 분위기가… 뭐 어떻게 좀 해 줘요. (웃음) 진행하시죠.
결국 의신은 마지막을 케이와 함께하는 걸 선택합니다. 케이와 마지막을 함께하려고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김도현 아, 의신이가요? (사회자 네. 의신이가) 의신이가 케이와 함께 (사회자 함께 마지막 햇빛 속으로 가잖아요?) 같이 햇빛 속으로. 되게 명확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케이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이 됐고, 저는 또 바로 직전에 사람을 죽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고, 저의 실험은 실패했고, 의신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고, 그런데 죽였다고 하고, 연구는 실패했고, 케이는 사람이 되어서 죽어가고 있고. 그럼 이제 남은 건 실험 실패와, 혼자 뱀파이어로 영원히 살아야 되는 것과, 유일하게 소통하는 친구는 죽었고, 돌아갈 학교는 없고, 가족 같았던 유일한 동생은 악당이 되었고, 어후… 살아야 됩니까? (웃음) 아니, 그냥 정서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에 함께 햇빛을 받고 싶다는 어떤 이상을 같이 갖고 있었고, 이 친구(케이)는 사람이 되어서 죽어가고 있고, 내가 부축해주지 않으면 햇빛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고, 의사로서 최초에 시작했었던 것이 ‘모르겠어? 네가 곧 햇빛 속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라는 얘기를 했는데, 지금 볼 수 있는 시간이 몇 초 안 남아 있죠. 그걸 제가 부축해서 햇빛 속으로 가면, 전 죽겠죠. 전 죽겠지만 의사로서 적어도 이걸 하고 죽으면, 몇 명 정도야 물어 죽인 거에 대해서 좀 마음상, 심적으로 좀 그럴 수 있고. 내가 설사 살아남는대도 의미도 없고, 죽을 거면 좀 가치 있게, 의미 있게. 이 친구의 소원. 내 환자였던, 나의 친구였던 이 사람의 꿈만큼은 이루어 주고 싶다는 그런 게 있지 않을까요?
연출님은 뭐, 안 죽었을 수도 있다는 여운을 자꾸 남기고 싶어 하세요. 싶어 하시는데, 그거는 이제… 아무도 그렇게 보지 않을 거예요. 우리의 바람으로. 커튼콜 때 제가 살아 있잖아요, 같이. 그거 정도로. 그런 느낌으로 저는 뭐, 그렇게 케이와의 최후를 맞이하는 겁니다.
이거에 대한 연출님 의견… 있으신가요? 안 죽었다고 생각하시는…
성종완 아니 그냥 뭐, 저는 객석에서 모니터할 때 그런 상상들을 해 본다는 거죠. 네… 죽었을까…
그럼 케이와 의신이 모두 죽고, 모두 사라지고 혼자 남겨진 명렬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어제 용규명렬 배우님께서는 피의 축제라는 말씀을…
기세중 축제가…뭐지? 잠시만, 제가 어제 있지가 않았으니까 축제가 어떤 축제…
피의 축제.
성종완 페스티발.
모두 다 죽이겠다, 하셨는데.
기세중 블러드 페스티발.
기세중 배우님이 생각하는 명렬은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합니다.
김도현 그 친구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친구네…
기세중 용규 형 명렬이 생각보다 무서워요. (웃음) 저는… 이 대본을 봤을 때, 마지막에 쓸쓸하다는 얘기를 아까도 했잖아요. 그런데 사실 제일 쓸쓸한 건 명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다 사라졌으니까. 밖에서 봤을 때 쓸쓸한 거고. 저는 살아남아 있으니까. 처음에 물려서 그렇게 된 상황에서는, 제가 원했던 꿈을, 의신이 형보다 나는 높은 위치에 섰어, 라고 약간 만족하면서 조금은 살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꿈이 이루어졌을 때 ‘나한테 진짜로 남아 있는 게 뭐가 있지?’라고 둘러봤을 땐 정작 남은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굉장히 쓸쓸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았을 것 같아요. 케이처럼. 그냥 숨어서 살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저도… 원래 같이 있고 싶어 했던, 존경했던 형하고 같이 있으려고 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좀 많이 했어요. 용규 형하고 굉장히 많이 다른데…
이용규 배우님께서는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한 연구는 안 하셨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기세중 아 그래요?
김도현 무서운 친구야.
기세중 그 형이 아예 뒤가 없네. (웃음)
김도현 야망이 있네, 야망이.
기세중 전 뒤를 조금 남겨 둬요.
<현장 질문>
김도현 배우님, ‘인체의 비밀’ 랩 버전 해주세요.
김도현 에이 이걸 또 이렇게 하면 재미없는데… 마지막에…
기세중 배우님. 왜 김도현 배우님께만 변태 싸이코라고 하시는 건가요?
기세중 그러니까, 약간, 아까 형이 얘기했던 그… 뮤지컬 안에서의 흐름에… 하는 말이죠. 형이 그 전에 굉장히 이걸 잘 타서 나는 막 그거 그거 그거 그거, 하잖아요. 사실 저도 이거 처음에 생각하고 연습실에서 한 게 아니라 뭐 어쩌구저쩌구, 그러니까 뭔가 빠진 느낌. 뭐뭐뭐뭐 변태, 싸이코. 이렇게 처음 나왔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봤을 땐, 제 기준으로 변태, 싸이코라는 말이 물론 안 좋은 뜻도 있는데, 이걸 좋게 생각하면 굉장히 좋은 말이에요. 예를 들어 배우한테 ‘야, 쟤 정말, 진짜 싸이코 같아.’라고 하는 말은, 저는 되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김도현 무대 위에선 별로 좋은 말이…
기세중 그래서 약간 싸이코 같다고, 무대 위에서 정말 미친 척 하고 놀 수 있는 배우다, 라고 생각을 해서 저는 좀 좋은 말로… 한 거예요.
김도현 아니야 재밌으면 됐어. 우리 사이만 멀어질 뿐이지. (웃음)
기세중 배우님. 마지막 햇빛 들어올 때 ‘사라지는 것들 2’에서 손이 닿았다가 바로 끌어안는 이유는 뭐고, 왜 그렇게 표현하셨나요?
기세중 마지막 모습이잖아요. 이 공연의 마지막 모습.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있는 사람의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제, 나가서 으아~! 햇빛이 오는데, 정말 살짝 손끝만 대 보고 ‘아이 씨, 아파.’하고.
김도현 언제 해 그거?
기세중 맨 마지막에.
김도현 아 진짜? 나 가고 나서?
기세중 형 이거, 옷 벗고 나가고 나서.
김도현 오~ 너 고급 연기 한다~ 나도 이거 해야지. 나도 할 거야.
기세중 배우님께 의상팀이란?
기세중 항상 죄송한 존재죠. 바지와 옷을… 하루에 한 번씩 터뜨려요, 진짜. 여기(바지 뒤쪽) 뭐 걸어놓은 거 있는데 오늘도 찢어져가지고 이거 나오고, 첫공 때 바지 터지고… 끝나고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항상 고마운 존재. 아직 안 가셨겠지? 감사해요~
주광에게 주스란?
이주광 케이에게 축배죠. 마실 수 없는 축배. 케이는 마실 수 없는 축배. 알코올로 설정이 되어 있어서, 케이는 피 이외에는 먹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까 비슷한 거 있었는데, 연습하는 거냐고, 그, 흘리는 거를… 그거 집에서 연습할 수가 없어요. (웃음) 그래서 그냥 했습니다.
‘햇빛 속으로 Reprise’에서 케이는 왜 그렇게 슬퍼 보일까요? 분명히 사라지고 싶어했는데, 의신에게 정이 든 걸까요?
이주광 예기치 못했던,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될 수 있을까’라고 했던 예기치 못한 상황을 갑자기 맞이했을 때. 그리고 내가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그리고 사람은 본능적으로 ‘아, 내가 지금 죽겠구나. 이게 마지막이구나. 이 순간이 마지막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을 때, 그게 내가 바랐던 거지만 ‘웃으며 안녕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을 때, 저는 마지막이라면 울면서 웃을 것 같아요. 케이라면. 그래서 연기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너무 슬픈데 웃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같이 웃어주고. 그래서 슬퍼 보이는 게 아니라 슬픈 거예요. 케이는 표현을 안 하잖아요, 잘. 늘 표현을 안 했는데 언젠간 표현을 하려다가도 이게 안 받아서 안 하는 건데, 뭔가 아무것도 이 친구에게 해주지 못한 채 마지막을 맞이하는 게, 케이는 그게 슬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의신이랑… 하는 것 같아요. 하지 못했던, 시간이 없으니까. 마지막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게 축배라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버틸 수 없어서. 내가 해주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 하면 같이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영원히 사는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종완 경험해보지 않은 거라서 상상의 영역이긴 한데, 우리 작품 안에서는 좋게 그려지진 않고. 어쨌든 우리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어제도 많은 부분 얘기했듯이, 타인에 대한 이해는 불가능한 인간의 불완전함, 그리고 영원히 살 수 없는 인간의 유한함, 이런 것들. 굉장히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이런 것들을 극복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했을 때, 오늘도 굉장히 많이 나왔던 단어인데, 순간이거든요, 사실은.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이해하는 순간들이 있는 것이고, 그리고 유한하지만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 것이고. 그게 바로 두 분이 사라지는 그 순간으로 봤던 거고요.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유한함을 극복할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던 그 순간, 영원같이 느껴지는 그 순간. 그래서 사실 우리, 관극을 하시는 분들은 그 순간의 가치를 다 아시는 분들이잖아요. 순간의 예술을 오롯이 즐기시는 분들이시니까.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들께 짧게 한 마디씩 하고 랩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성종완 오늘도 이렇게 객석 가득 메워주신 관객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제 몇 회 안 남았네요. 오늘 세 분 한, 2회씩 남은 것 같은데.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 순간이 지나가면 되돌아오지 않는 그런 순간들인데요. 마지막까지 우리 배우들 최선을 다해주실 거고, 우리 관객 여러분께서도 많이 사랑해 주시기를 바라고, 너무 감사하다는 말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이주광 배니싱을 정말 사랑해주시고 매번 찾아와주시고, 의신, 명렬, 케이를 사랑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들을 끝나는 날까지 열심히 잘 케이를 연기하겠고요, 배니싱이 끝나더라도 오랫동안 이 시선들, 그리고 이 웃음들, 이 모든 카메라 소리까지도 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세중 일단 배니싱이라는 공연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모두가. 모두가 정말 열심히 했고, 도현이 형 신발 보시면 옆에 다 이렇게 막 갈리고, 저희 신발들이 얘기해주고 있어요. 정말 무대 위에서 열심히 하고 연습실에서 열심히 하고, 형들 그리고 연출님 스탭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재밌게, 힘들게, 그리고 무대 위에서도 다시 재밌게, 이렇게 하고 있다 보니까 또 이제 끝나가네요. 아 죄송해요. 좀 웃으면서 끝내야지. 도현이 형이 막공 때 울면 죽인다고… 울면 안 돼요. 일단 뭐, 정말 열심히 해 왔고 뭔가 한 달 조금 넘게 했는데 좀 긴 느낌이 있었어요. 정말 많이 생각하고, 공연이 끝나고도 생각해야 하고 공연 시작 전에도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까, 이제… 아무튼 그게 아니고! 너무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모든 분들 감사하고요, 찾아와 주신 관객 여러분 제일 감사합니다.
김도현 저희 좀 많이 힘들었고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연출님 포함 작가님, 작곡가님, 저 뒤의 스탭들, 우리 무대감독님, 분장팀, 소품팀까지 정말 한 4주라는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했거든요. 한 번 열심히 하다가 이제 공연 올려놓고 손 놓는데, 저희 진짜 지난주까지도 열심히 계속 해왔거든요. 그렇게 해오면서 뭔가 여러분들한테 조금씩 조금씩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일단 그 점에 대해 너무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을 지금 꼭 하고 싶고요.
그리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라는 배우가 일반적인, 보통의 남성들보다 키가 크지도 않고,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부리부리한 콧날과 매서운 눈빛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요. 그냥 일반적인 사람이죠. 그리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혜화역 1번 출구 가면 열 명은 있을, 그럴 법한 사람이 무대 위에서 판타지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십 수 년을 이러고 있습니다. 극장에 와서 아이라인을 칠하고, 머리를 우리 분장쌤이 만져 주시고, 의상 선생님이 드라이를 막 마친 옷을 입혀 주시면 그때서야 조금 자신감이 생기고 마지막에 이 굽이 있는 구두를 신어서야 비로소 여러분 앞에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가 되는 비주얼을 장착하게 됩니다. 이런 평범한 조건의 남자가 20년 가까이 여러분들에게 다른 매력의 판타지를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고요. 이제 40 됐습니다. 제 인생의 1막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제 인생은 4막까지 있고요,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여러분들 끝까지 응원해주세요. 저의 꿈은 흥행배우입니다. 정말 한 번, 정말 흥행을 이끌 수 있는, 좋은, 전 국민들한테 인정받는 배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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